미국, 유럽 4개 안티파 단체 ‘테러조직’ 지정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14일, 오전 12:50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 국무부가 독일·이탈리아·그리스에서 활동하는 4개 반파시스트(ANTIFA·안티파) 단체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미 국무부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안티파 오스트(Antifa Ost·독일), 국제혁명전선(International Revolutionary Front·이탈리아), 무장 프롤레타리아 정의(Armed Proletarian Justice·그리스), 혁명적 계급 자위(Revolutionary Class Self Defense·그리스)를 ‘특별 지정 글로벌 테러리스트’ 및 ‘외국 테러조직’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사진=AFP)
미 국무부는 이번 조치를 내린 배경에 대해 “이 단체들은 자체 제조 폭발물, 총격, 망치 공격 등을 행하며 서구 문명의 기반을 잔혹한 공격으로 훼손하려 공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정으로 미국 내에서 해당 조직 또는 구성원과의 금융 거래는 범죄 행위로 금지된다. 지정은 미국 내에서 이 단체들을 지지하는 ‘좌파 성향 인물’로 판단되는 이들에게까지 범위가 확대될 수 있어, 연방 당국이 미국 시민에게도 유사한 감시·금융 규제 조치를 적용할 여지를 열어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 운동에 연계된 단체들은 반미, 반자본주의, 반기독교 등 혁명적 아나키즘 또는 마르크스주의 이념을 내세워 국내외 폭력 공격을 선동하고 정당화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국가안보와 공공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계속 활용할 것이며, 전 세계의 다른 안티파 단체를 포함해 테러리스트에 대한 자금·자원 차단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내 안티파 단체를 ‘국내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것을 외국 단체까지 확대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미국의 대표적 보수 활동가인 찰리 커크가 암살된 이후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포틀랜드 등지에서 발생한 폭력적 충돌의 배후로 좌파 극단주의 조직들을 지목해 왔다.

안티파는 명확한 조직 구조·지휘체계·지도부가 존재하지 않는 탈중앙화된 운동이다. 이에 안티파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것에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는 안보 전문가들도 있다.

그리스 피레우스대학교의 국제안보학 명예교수 메리 보시스는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반파시스트 활동가들을 폭력 극단주의자들과 동일시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세계를 ‘선한 우파’와 ‘악한 좌파’로 나누려는 트럼프식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폭력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좌파나 진보 성향 인사들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런 조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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