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건조 위치 빠진 팩트시트에 美언론 “한미 조율 덜 돼”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14일, 오후 05:14

[이데일리 방성훈 임유경 기자]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공식 승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건조와 관련된 구체적인 설명이 빠져 있어 한미 간 조율이 덜 된 상태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 로이터통신은 양국이 이날 발표한 한미 무역·관세·방위 협력 관련 조인트 팩트시트에서도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어디에서 이뤄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는 점을 짚으며 “여전히 많은 쟁점이 조율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공식 승인하고, 연료 조달 방안 마련을 포함한 후속 사업 요건 개발에 한국과 협력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그러나 양국이 입장차를 보였던 건조 위치와 관련된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다. 지난달 말 한미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잠수함이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우리 대통령실은 잠수함 선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만드는 것을 전제로 미국과 논의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로이터, 한미 핵잠 공동 건조 방안 협상 가능성 제기

로이터는 한국과 미국이 양국 해군에 공급할 핵추진 잠수함을 공동으로 건조하는 방안을 놓고 비공식 협상을 진행 중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양국은 한국이 주도하는 공동 생산 방식을 검토하고 있으며, 잠수함 건조를 양국 내 여러 조선소에 분산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시나리오는 미국의 잠수함 설계를 기반으로 시작한 뒤 한국 독자 설계로 넘어가는 단계적 방식을 상정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이 자국 핵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한 허가와 기술 이전을 요청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것도 몇 척 같이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잠수함 생산 속도 제고를 추진 중이다.

로이터는 한미 잠수함 공동 건조가 성사될 경우 양국의 군사동맹 구조가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오커스(AUKUS) 체제와 유사한 성격을 띨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현까지는 상당한 절차적·정치적·군사적 과제가 수반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아직 어떤 잠수함을 어느 조선소에서, 어느 나라에, 어떤 순서로 건조할지 등 핵심 요소에 대해 ‘초기 단계 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논의가 지연되거나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이날 한국 정부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 위치는 한국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핵잠을 국내와 미국 중 어디서 건조할지 결정됐느냐’는 질문에 “논의 과정에서 한때 어디서 건조하느냐가 문제로 제기됐지만, (한국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을 설명했고 반영됐다”고 답했다.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한미 원자력협정(123협정) 기조 아래 “미국은 한국의 민수용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절차를 뒷받침하는 과정을 지지한다”는 문구도 명시됐다. 또 △반도체·장비 관세 최혜국 대우 △대미 투자 연 200억 달러 상한 △한반도 비핵화 재확인 △미국산 농산물 전담 데스크 설치 등이 주요 합의 내용으로 포함됐다.

이번 협정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유럽·일본보다 유리한지 판단하긴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두진호 한국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핵추진 잠수함이 ‘게임 체인저’라고 보긴 어렵지만, 북한 억제력을 강화하는 데 다른 어떤 무기체계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핵에너지·안보 협력 확대는 한국의 국방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지만,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日매체, 韓 국방비 GDP 3.5% 목표에 주목

일본 매체들은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에서 방위비와 양안 문제가 언급된 부분에 관심을 집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3%인 국방비를 가능한 한 빨리 3.5%로 끌어올린다고 했다”며 “일본이 2027년까지 방위비를 GDP 대비 2%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앞당겨 실현하더라도 미국 측이 추가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하겠다고 합의하며, 대만 문제를 둘러싼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일부 매체들은 한국 정부와 백악관이 ‘같은 제목, 같은 내용, 같은 시간’에 팩트시트를 공개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일본의 5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 세부사항을 합의했을 때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일미 간 투자에 관한 공동 팩트 시트’라는 제목으로 영어판과 일본어판 팩트시트를 공개했으나, 백악관은 같은날 ‘팩트 시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본으로부터의 거액의 투자를 추진한다’라는 제목의 문석를 게재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문서와 달라 ‘공동’이라는 단어가 빠진 데다, 투자 총액에서도 큰 차이를 보여 불확실성과 혼란을 야기했다.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는 이번 팩트시트 발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둘러싼 3개월 이상의 한미 간 논쟁을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한 막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우려해왔음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대규모 투자 약속에도 미국 내 한국 기업과 노동자들이 규제 강화 및 비자 문제 등으로 공정하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서울 내 인식도 짚었다. 일부 미국 싱크탱크 및 전문가는 “한국이 미국 내 전략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약속하고, 미국 역시 품목별 관세 인하·특혜 등 상호성을 보장함으로써 한미 경제·안보 결속이 한층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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