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주 거품론 확산…파랗게 질린 글로벌 증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14일, 오후 06:57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다. 미국 시장에서 벌어진 매도세가 아시아 증시까지 번지면서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것 같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놓치면 안 된다”며 주식을 사들이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이제 팔아야 하나”라는 불안감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14일 일본 도쿄 한 거리에서 도쿄 증권거래소의 오전 거래 시간 동안 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 환율을 표시하는 전광판 앞을 보행자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AFP)
14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3.81% 하락한 4011.57에 거래를 마감했다. 일본의 대표 주가 지수인 닛케이 225 평균주가도 1.77% 떨어진 5만376.53에 장을 마쳤다. 대만 자취안지수(TAIEX)도 2만7397.50으로 1.81% 빠진 채 마감했다. 중국에선 CSI 300 지수가 1.57%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1.85%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업들의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고조된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하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 증시는 전날 미국 증시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종목에서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AI 시장의 선두주자인 일본 소프트뱅크는 이날 전장 대비 6.57%하락한 1만9780엔에 마감했다. 고점에서 약 30% 하락해 약 한 달 반 만에 처음으로 2만엔 선을 밑돌았다. 이날 소프트뱅크, 아드반테스트, 도쿄일렉트론 이 세 종목만으로도 닛케이를 800엔 끌어내렸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AI 테마주를 중심으로 주가수익비율(PER)도 고평가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아드반테스트의 PER은 최근 51배 수준, 도쿄일렉트론은 약 30배에 달한다”며 “급등세가 이어지며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는’ FOMO 매수세가 집중된 만큼, 과열 경계가 확산될 경우 반작용도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SK하이닉스는 8.50%, 삼성전자는 5.45% 각각 떨어지며 코스피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 주가도 2.05% 떨어진 채 장을 마쳤다.

전날인 13일 미국에서도 엔비디아가 4% 떨어졌다. 오는 19일 예정된 실적발표를 앞두고 차익실현 매도가 확산하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2.3% 하락해 마감했고, 벤치마크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도 1.7% 빠졌다.

닛케이는 “‘보이지 않는 미국 경제’가 불안의 뿌리”라고 평가했다. 최근 사상 최장기 미국 정부 셧다운이 해제됐지만, 경제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미국 경기 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케빈 하셋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0월 고용통계는 실업률 없이 발표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투자자들이 참고할 지표 자체가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연준 인사들이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에 글로벌 증시 동력 약화로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라고 닛케이는 짚었다. 12월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가진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12일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며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입장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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