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쿠글러 전 이사, 돌연 사임 금융거래 규정 위반 때문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16일, 오후 02:14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 인사로 꼽혀온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가 지난 8월 갑작스럽게 사임한 것은 연준의 금융거래 규정 위반으로 내부 감사를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연준 이사. (사진=AP)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정부윤리국(OGE)이 공개한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서 쿠글러 이사는 지난해 애플, 사우스웨스트항공, 레스토랑 그룹 카바 등의 주식을 매수·매도했고, 그중 상당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블랙아웃 기간’에 이뤄져 연준의 윤리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블랙아웃 기간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당한 이익을 방지하고 정책 신뢰도 등을 유지하기 위해 연준이 관계자들의 금융거래를 금지한다. 연준은 FOMC 이전 약 2주 동안을 블랙아웃 기간으로 지정한다.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쿠글러 전 이사와 배우자는 지난해 개별 종목에 대한 거래를 진행했으며, 일부는 블랙아웃 기간 중 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해 3월13일 카바 주식 매입은 3월 19~20일 정책회의 직전 이뤄졌으며, 4월 29일 사우스웨스트항공 주식 매도는 4월 30일~5월 1일 회의 전날 거래했다. 이는 연준 규정상 금지된 시기에 해당한다. 또한 지난해 1월2일 마테리얼라이즈 주식 매도와 관련한 각주에는 “배우자가 쿠글러의 인지 없이 거래했으며, 규정 위반 의도가 없었다”는 소명이 기재돼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쿠글러 전 이사가 연준 윤리 규정을 위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3년 공개 자료에서도 남편이 자신도 모르게 주식을 매수했다고 진술했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주식은 이후 처분됐으며 쿠글러 전 이사는 관련 법규를 준수한 것으로 판정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연속된 규정 위반과 거래 시기가 문제가 되고 있다.

연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쿠글러 전 이사는 7월 29~30일 예정된 연준 정책회의를 앞두고 본인의 보유 자산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거래에 대한 예외 승인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요청했으나 파월 의장은 이를 거절했다. 이후 쿠글러 전 이사는 해당 회의에 불참했고, 8월 1일 사임을 발표해 8월 8일부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연준은 당시 그의 불참 사유를 ‘개인적인 문제’라고만 밝힌 바 있다.

쿠글러 전 이사의 조기 사임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맡고 있던 스티븐 마이런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매파 성향인 쿠글러 전 이사가 갑작스럽게 사임하고, 극단적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인 마이런 이사로 대체되면서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장악 시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난무한 바 있다.

연준 고위 관리들은 매년 및 중앙은행 퇴직 후 공개 서류를 제출하고 정기적인 금융 거래를 보고해야 한다. 연준 감사실 대변인은 쿠글러 전 이사의 제출 서류와 관련해 이사회 윤리 부서에서 회부된 사항을 접수했음을 확인했다. 감사실 관계자는 “수사를 개시했으며 관행에 따라 수사 종결 전까지는 추가 논평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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