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5월 13일 리야드에서 진행한 양자 회담에서 합의서에 서명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AFP)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디리야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제리 인제릴로 디리야 게이트 개발공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그룹(Trump Organization)의 프로젝트 참여 여부와 관련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곧 발표될 것”이라며 “계약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트럼프그룹은 다른 중동 내 사업과 마찬가지로 디리야 개발 지역 호텔 등에 트럼프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라이선스 수수료를 받는 방식의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그룹은 투자금 없이도 이름을 빌려주는 대가로 로열티를 받는 브랜드 라이선스 모델을 지속해왔다.
인제릴로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지난 5월 그가 사우디를 국빈방문했을 때 직접 디리야 개발 현장을 안내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디리야 방문 때 국가 정상으로서뿐 아니라 개발자로서의 트럼프에게 어필하기 위해 현장 모델을 보여줬다”며 “그는 현장의 크레인 숲을 보며 매우 흡족해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달 초 리야드에서 열린 투자포럼에 참석해 “중동의 부동산 시장은 놀라운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남인 에릭 트럼프도 최근 “걸프 지역은 전 세계 개발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특히 디리야에서의 기회가 크다”고 강조했다.
디리야는 사우디 왕국이 시작된 역사적인 도시로,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중요 관광지다. 아울러 디리야 프로젝트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의 핵심 중 하나다. 사우디 정부는 디리야를 세계적 럭셔리 관광·비즈니스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이 지역을 “왕가의 뿌리를 상징하는 개발자들의 놀이터”로 규정하며 국가 차원의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일가의 중동 사업 핵심 연결고리인 사우디 부동산 기업 ‘다르 글로벌’(Dar Global)의 지아드 엘 샤르 CEO는 최근 “사우디의 여러 기가프로젝트들과 트럼프 브랜드 협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사는 작년 트럼프 측에 2190만달러의 라이선스 수수료를 지급했으며, 이 중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게 직접 귀속됐다.
문제는 이번 협상이 미국-사우디 간 외교 및 사업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시기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양국은 상호방위조약 체결과 미국 핵기술 이전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사우디가 국영기금을 통해 트럼프 가족기업과 대형 사업을 추진하려는 전례 없는 움직임은 또다른 ‘이해충돌’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아 현 시점에선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트럼프 일가는 2016년 미 대선 당시 신규 해외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원칙은 첫 임기 종료와 함께 사라졌다. 2기 들어서는 외부 시선을 아랑곳 않고 해외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트럼프 일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동유럽과 북유럽, 중동 전역에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사우디 제다에서는 ‘트럼프 타워’ 건설이 계획 중이며, 리야드에서도 두 개의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도 트럼프 호텔과 트럼프 타워가 건설 중이며, 카타르에서는 국영 부동산 회사와 골프장 사업을 진행 중이다.
NYT는 “빈 살만 왕세자의 방미에 맞춰 진행되는 이번 계약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운영과 가족 사업을 융합한 가장 최근의 이해충돌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 개인적 사업 감각이 외교 현안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형태의 딜메이킹 외교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