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부펀드, 빈살만 방미 앞두고 美지분 추가 매각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17일, 오전 09:17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 기업들의 지분을 또 대거 매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사진=로이터)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약 1조 달러(약 1457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PIF는 최근 공시를 통해 3분기에 비자, 핀터레스트 등 미국 기업 9곳의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미국 상장 주식 비중은 직전 분기 대비 18% 감소했다. 그럼에도 PIF는 우버,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등 미국 기업 6곳의 194억달러(약 28조 2800억원)어치 지분을 유지하고 있으나, 560억달러(약 81조 6480억원)에 달했던 2021년 4분기와 비교하면 미국 주식 보유액은 크게 줄었다.

PIF는 미국 게임 개발사 일렉트로닉아츠(EA)의 지분도 유지하고 있다. PIF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맏사위가 설립한 투자사,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등과 함께 투자 컨소시엄 구성해 올해 9월 EA를 550억달러(약 80조 1900억원) 규모의 레버리지 바이아웃(LBO·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 방식으로 인수합병(M&A)하기로 합의했다. 절차가 완료되면 EA는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한다. 이에 따라 PIF의 미국 상장 보유 포트폴리오에서도 제외된다고 FT는 전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LBO 방식 M&A로, 거래가 완료되면 PIF는 종전 지분을 더해 EA의 최대 주주가 된다. 빈 살만 왕세자는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게임 산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PIF의 이번 미국 주식 매각은 올해 2분기 메타, 페이팔, 페덱스 등 다른 미국 기업 지분을 정리한 데 이어 나왔다. 사우디가 2030년 엑스포(Expo 2030)와 2034년 FIFA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 행사 개최를 준비하는 가운데 PIF는 현재 자국 투자와 필수 인프라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경제를 석유 의존 구조에서 탈피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의 다각화 계획에는 홍해 관광단지, 북서부에 건설 중인 미래형 도시 네옴(NEOM) 등 이른바 ‘기가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대규모 자본집약적 사업들이 포함된다. 최근 몇 년간 국제 유가가 낮게 유지되면서 정부 재정에 압박이 가해졌고 이는 PIF가 국내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더욱 키웠다.

야시르 알 루마이얀 PIF 총재는 지난해 펀드가 해외 투자 비중을 기존 30% 수준(2020년 기준)에서 18~20%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그는 자산운용 규모를 2030년까지 2조달러(약 2900조원)로 늘릴 계획이기 때문에 해외 투자 절대액 자체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빈 살만 왕세자는 오는 18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으로, 두 사람은 방위 및 통상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빈 살만 왕세자의 미국 방문은 2018년 이후 7년 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5월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해 6000억달러(약 874조 80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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