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미들로디언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센터. (사진=AFP)
대규모 투자 지출로 현금 흐름도 영향을 받고 있다. 알파벳과 아마존, MS 모두 올해 잉여현금흐름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앞으로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S는 내년 데이터센터 및 컴퓨팅 장비 임대를 포함해 1590억달러(약 231조7300억원)를 지출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1450억달러(약 211조3500억원), 알파벳은 1120억달러(약 163조2500억원) 수준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세계 데이터센터 및 AI 인프라 설비 투자액은 7조달러(약 1경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로선 빅테크 기업의 매출 성장세가 투자 지출을 떠받치고 있지만, AI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결국 대규모 지출과 채권 발행이 불가피하다. 메타는 지난달 300억달러(약 43조73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부채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오라클도 지난 9월 180억달러(약 26조24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WSJ은 “현금 보유량 소진, 현금 흐름 축소, 부채 증가의 3가지 특성을 고려할 때 빅테크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빅테크 기업이 더이상 디지털화에서 수익을 얻는 초고마진·초확장성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라 반도체 기업처럼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수인 자본집약적 기업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수익을 내기 위해선 인재 개발보다 얼마나 돈을 쓰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빅테크 기업들은 기존에도 대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해 어느 정도 자본 집약적 성격이 있었지만, ‘AI 붐’은 그 규모를 전례 없이 키웠다는 평가다. 향후 AI에 대한 수요가 예상만큼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빅테크 기업은 대규모 유휴 설비 비용을 떠안게 된다. 잘못된 기술에 베팅하는 것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미 빅테크 기업의 기약 없는 AI 지출에 인내심이 바닥났다. 대규모 지출 대비 AI 수익성에 대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AI 거품론’으로 지난 한 주간 아마존 주가는 5% 내렸다. 구글 역시 AI 붐에 대한 불안감으로 2.5%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올해 주식 시장을 끌어올린 AI 주식에서 자금을 빼내 헬스케어와 소재, 에너지, 금융 관련 전통적인 기업에 투자했다. .
글로벌 자산운용사 레이먼드제임스의 기술 부문 애널리스트 조시 벡은 “향후 투자자들이 빅테크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평가할 때 AI 사용자 수나 AI 개발사와의 잔여 계약 등과 같은 지표를 더 중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