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선, 내달 2차 결선 투표行…우파 장악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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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1월 17일, 오전 10:14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16일(현지시간) 치러진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내달 2차 결선 투표를 진행할 전망이다. 근소한 차이로 우세한 좌파 성향 후보를 우파 성향 후보가 맹추격하고 있어 결선 최종 결과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날 칠레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가 절반 넘게 진행된 시점에서 중도좌파 집권당 지지를 받은 칠레공산당 소속 히아네트 하라 후보가 27%, 극우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공화당 후보 24% 득표율을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북부 국경 일부에 지뢰를 설치해 이민을 차단하자는 강경 공약을 내세운 우파 국민당의 프랑코 파리시 후보는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로 그 뒤를 이었다.

이번 대선에는 총 8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결선 투표제를 채택하는 칠레 대선에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있으면 그대로 당선이 확정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을 치른다. 이에 따라 하라 후보와 카스트 후보가 내달 14일 2차 결선 투표에서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중도좌파 집권당 지지를 받은 칠레공산당 소속 히아네트 하라 후보(왼쪽)와 극우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공화당 후보.(사진=AFP)
하라 후보는 현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에서 노동·사회보장부 장관을 지냈으며, 올해 6월 치열한 경선을 거쳐 칠레공산당원으로서 처음으로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됐다. 그는 연금 개혁 통과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성과를 강조하는 한편 8.5% 수준으로 고착된 실업률에 대한 비판도 받고 있다. 그는 공산당 출신임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폭넓은 좌파 연정을 대표하는 후보임을 강조하며, 최저임금 추가 인상, 사회복지와 의료 재정 확대, 총기 규제 강화, 국경 감시 기술 확대, 조직범죄 추적을 위한 은행법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카스트 후보는 2017년과 2021년에 이어 3번째 대권 도전이다. 범죄와 이민에 대한 강경 정책을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참호를 갖춘 국경 장벽 건설, 모든 미등록 이민자 추방, 고범죄 지역에 군 배치 정책 등을 주장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하라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고 있으나 경쟁자들이 잇달아 카스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어려운 싸움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구호를 차용한 ‘칠레를 다시 위대하게’(Make Chile Great Again)를 전면에 내세운 극우 유튜버 출신 요한네스 카이세르 후보가 카스트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고, 중도우파 에블린 마테이 후보도 카스트 후보의 연설 자리에서 그의 곁에 서며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현 보리치 정권에 대한 실망감, 핵심 쟁점이 된 범죄와 치안 문제 등도 카스트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1973∼1990년) 종식 이후 처음으로 의무 투표제가 확대 적용됐다. 지난 대선의 1차 투표에서는 기권율이 53%에 달했는데, 이번에는 의무투표제 도입으로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유권자들의 표심도 변수가 됐다. 의무 투표제가 적용된 유권자 규모는 1570만명으로, 종전 대비 500만명 늘어났다.

이번 선거를 통해 하원 155석 전체와 상원 50석 중 23석이 새로 선출되는데, 현재 집권 좌파 연정은 상·하원 모두에서 소수다. 만약 결선에서 카스트 후보가 승리하고 상·하원 모두에서 우파가 다수당을 차지하게 되면 피노체트 독재 종식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직과 의회를 동시에 우파가 장악하는 정치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중남미 전역에서 이어지는 좌파의 패배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최근 볼리비디아에선 약 20년간 이어져 온 좌파 정권이 물러나고 중도 성향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좌파 집권이 중남미 대륙을 휩쓸었으나 최근 수년 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등에서 우파 성향 정치인이 집권하는 등 핑크 타이드(분홍 물결)의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 중남미 경제 대국인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등은 현재 좌파 정부가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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