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오위안에 있는 한 인쇄소의 상자에 보관된 대만 업데이트된 민방위 핸드북 사본. (사진=로이터)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이번주부터 전국 980만 가구에 민방위 매뉴얼을 담은 핸드북을 우편으로 배포한다.
지난 9월 공개된 매뉴얼에는 적군 병력을 마주했을 때 시민들이 취해야 할 행동 요령이 처음으로 포함됐으며, ‘대만 항복’과 관련된 모든 주장은 허위로 간주해야 한다는 점이 명시됐다. 또한 시민들이 대피소를 찾는 방법과 비상용품 준비 요령 등 실질적인 대응 지침도 함께 담겼다. 이밖에 해저 케이블 절단, 사이버 공격, 선박 검문, 혼란 조성 등의 상황을 상정한 시나리오도 포함됐다.
대만의 민방위 핸드북 발간은 최근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강력한 자주국방 의지를 표명한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중국의 군사적 압력에 맞서 정보전과 심리전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중국은 대만해협 주변에서 해·공군력을 확대하는 가 하면, 대만 기업과 기관을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시키는 등 정치·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핸드북 제작을 총괄한 린페이판 국가안전회의(NSC) 부비서장은 “중국이 잘못된 결정을 내릴 경우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지를 이해해야 한다”며 “대만인들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과 비공식 외교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이 최근 무기 판매 계약을 승인한 점도 양안 관계의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국방부는 지난 13일 3억3000만달러 규모(약 4800억원) 규모의 전투기 예비 부품과 정비 부품 등을 대만에 판매하는 것을 승인했다. 미 국방부가 판매를 승인한 무기는 대부분 전투기 부품으로 대만군이 운용 중인 F-16, C-130 전투기 등의 유지 보수 등에 쓰일 예정이다. 궈야후이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대만과 미국의 안보 협력 심화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초석”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일본 도쿄 긴자 쇼핑 지구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일본과 중국도 ‘대만 유사시 개입’ 문제를 놓고 양국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중의원(하원)에서 일본 현직 총리 최초로 대만 유사 시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발동해 개입할 가능성을 거론하자 중국은 연일 거친 비난과 함께 관광·유학 제한 등 초강수를 뒀다. 중국은 ‘핵심 이익이자 결코 건드릴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여겨지는 대만 문제에 다카이치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을 언급하자 일본의 군사 전략이 방향 전환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사설 격인 ‘종성’ 칼럼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해 “위험한 국내외 정책 방향을 분명히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몇 년 사이 안보 정책 조정, 국방예산을 증액, 공격형 무기 개발을 추진 중인 점을 열거하며 일본이 평화헌법의 속박을 깨고 군사대국이 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전문가들도 “다카이치 총리의 도발적 발언은 일본 군사전략이 새로운 질적 변화를 준비 중임을 암시하는 신호”라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중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일본은 이날 가나이 마사아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중국에 급파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가나이 국장이 중국 측에 다카이치 총리의 국회 답변이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과 변함이 없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사태 해결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은 일본 측에 입장 처로히를 요구하고 있어 양측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긴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갈등의 발단이 된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카이치 총리는 발언 철회 시 지지층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