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3분기 말(9월 30일 기준) 분기 보고서(13F)에 따르면 버크셔는 알파벳 지분을 약 43억달러 보유하며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열 번째로 큰 종목이 됐다. 그동안 성장 기술주에 소극적이던 버크셔가 대형 기술기업 투자에 다시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가 버크셔의 두 투자담당 매니저인 토드 콤스 또는 테드 웨스첼러의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투자 규모가 상당한 만큼 연말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워런 버핏 회장의 승인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콤스와 웨스첼러는 아마존 지분 편입 등 기술주 중심 투자 비중을 확대해온 핵심 인물이다.
알파벳은 올해 주가가 46% 상승하며 초대형 기술주 가운데 가장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AI(인공지능) 사업 확장과 구글 클라우드의 빠른 수익성 개선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일각에서는 버크셔의 이번 결정을 차세대 경영 체제와 연결짓는 분석도 나온다. 빌 스톤 글렌뷰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알파벳 매수는 기술 분야를 포함한 버크셔의 ‘역량 범위’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버크셔는 내년 1월부터 그렉 에이블이 CEO로 취임할 예정이며, 95세인 버핏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한다.
알파벳의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도 매수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팩트셋에 따르면 알파벳은 내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25.5배 수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32배), 브로드컴(50.8배), 엔비디아(41.9배) 등과 비교해 부담이 적다.
버핏은 그동안 구글을 사지 않은 것을 “가장 큰 투자 실수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버크셔 산하 보험사 가이코는 온라인 광고 초기 시절 구글의 핵심 광고주였고, 클릭당 약 10달러를 지불할 만큼 광고 효과를 체감했음에도 기술 경쟁 구도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주저했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