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스위스 기업인들과 면담하고 있다. 탁상 위에 놓인 황금색 시계는 스위스 기업인들로부터 선물 받은 롤렉스 시계로 알려졌다.(사진=인스타그램)
스위스와 미국은 지난 14일 스위스의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39%에서 15%로 인하하고, 스위스 기업들이 미국 내 제조업 확대를 포함한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스위스는 공산품과 수산물, 일부 농산물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게 된다. 다만 의약품, 금, 화학제품 등은 기존과 같이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눈 무역협정 체결에 앞서 정계와 재계가 미국을 향해 총공세를 펼쳤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와 까르띠에 모기업 리치몬드 등 스위스 대표 명품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달 초 미국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찾아 롤렉스 골드 시계와 금괴 등을 선물했다. 스위스의 적극적인 로비 활동은 미국과 무역협정 체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비판 여론도 들끓었다.
스위스 녹색당은 이번 협정을 “항복 협정”이라고 비판했다. 리사 마조네 녹색당 대표는 “스위스 경제 엘리트와 연방 정부가 트럼프 앞에 무릎 꿇었다”고 지적하며 스위스 소비자와 농민이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녹색당은 또한 금품을 통한 외교 방식에 대해서도 “의심스러운 방식”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스위스 정부는 녹색당의 비판에 즉각 반박했다. 기 파르멜랭 스위스 경제부 장관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항복이라는 비판을 일축했다. 그는 백악관을 설득하기 위해 기업인들을 활용한 점도 옹호했다. 파르멜랭 장관은 무역협정 결과에 “만족한다”면서 “이번 합의는 향후 협상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기업 대표단의 미국 방문에 대해서는 “그들이 트럼프 가족뿐 아니라 미국 정계와 친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단순히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러 간 것”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스위스 산업계는 일단 환영 분위기다. 스위스 기계·전기 공학산업협회 스위스멧(Swissmem)의 스테판 브루프바허 대표는 “최근 3개월간 미국 수출이 15~40% 급감하며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면서 “이번 15% 관세율로 주요 경쟁국과 동등한 수준에 선 것을 바탕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국간 무역협정 이행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기본 합의는 구속력이 없는 데다, 세부 사항을 확정하기 위해 추가 협상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발효를 위해서는 스위스 의회의 승인을 받고, 국민 투표도 거쳐야 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산 염소 소독 닭고기나 호르몬 처리 소고기 등 유럽에서 논란이 되는 식품의 수입 여부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어 이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스위스 간 무역 합의에도 경제 전망은 어둡다. 스위스 최대은행 UBS는 내년 스위스 경제가 1%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 15년간 평균 성장률 1.9%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알렉산드로 비 UBS 이코노미스트는 “내수 경제가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나 대외 무역에서 큰 동력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관세 인하에도 미국 수출 관세는 여전히 상당해 전년 대비 미국 수출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제약 산업이 미국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해당 품목은 관세 영향을 받지 않아 실질적인 무역 성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