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칼’ 뜬 게 엊그제인데…중국 내 감도는 ‘NO 재팬’[중국나라]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18일, 오후 01:35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유사시 자위권 발동’ 발언으로 중국과 일본 갈등이 악화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 유학·여행을 자제하는가 하면 일본 문화 콘텐츠의 중국 유입을 차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내고 있다. 중·일 갈등이 심화할 경우 더 큰 보복 조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 베이징의 한 극장에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 관련 홍보물이 전시돼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베이징 번화가 싼리툰에 ‘귀멸의 칼날’ 팝업이 전시돼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18일 펑파이 등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극장판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짱구)와 ‘일하는 세포들’(세포들) 등 일본 영화들의 중국 개봉이 연기됐다.

당초 ‘짱구’와 ‘세포들’의 개봉 시기는 다음달 6일과 이달 22일이었다. 영화 수입업체와 배급사는 일본 수입 영화의 종합적인 시장 성과와 중국 관객 감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중·일 갈등이 악화한 계기는 다카이치 총리의 지난 7일 ‘대만 유사시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는 발언이다.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란 집단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는 조건이다. 즉 대만이 중국의 침공 등으로 위기에 빠질 경우 일본이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대만 문제에 민감한 중국은 즉각 일본 정부에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중국 외교부 등은 일본에 날선 비판을 이어갔고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불러서 항의하는 것)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간 갈등 여파가 문화 산업에도 미치는 것이다.

며칠 전만 해도 중·일 갈등이 영화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듯했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귀멸의 칼날)은 지난 14일 중국에서 개봉하며 인기를 끌었다. 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싼리툰에는 ‘귀멸의 칼날’ 팝업 스토어가 마련돼 많은 사람이 방문했다. 주요 극장에서도 ‘귀멸의 칼날’ 상영관에 관람객들이 몰렸다.

그러나 중·일 관계가 점차 악화하면서 중국 내 ‘노(NO) 재팬’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개봉 나흘 만에 4억위안(약 824억원)의 흥행 수익을 거뒀지만 시간이 갈수록 관심이 할가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이 애니메이션이 개봉 사흘차에 이미 흥행 성적이 크게 하락했으며 5일차 예상 흥행 수익은 2000만위안(약 41억원)까지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도쿄 긴자 쇼핑가를 걷고 있다. (사진=AFP)


중국의 ‘노 재팬’은 일본 여행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분위기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최근 일본 내 여행이나 유학을 피할 것을 권고하는 지침을 발령했다.

올해 3분기 동안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지출은 5900억엔(약 5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 증가했다. 중국의 일본 여행 기피 현상이 심해질 경우 관련 산업이 입을 피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이러한 갈등이 불거진 후 일본의 주요 관광·소매 관련 주식들은 급락했다. 일본의 백화점 체인인 이세탄미츠코시홀딩스 주가는 전날 12% 가까이 떨어졌고 시세이도 같은 화장품 기업 주가도 떨어졌다.

중·일 갈등이 깊어지고 있지만 타협점은 찾지 못하고 있다. 일단 오는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중국의 리창 국무원 총리와 일본의 다카이치 총리가 참석한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리 총리와 다카이치 총리간 회담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일본 정부측이 다양한 대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전했으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

일본에선 가나이 마사아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전날부터 중국을 방문 중이다. 가나이 국장은 류진송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 등과 만날 예정이지만 국장급 회담에서 타협을 이끌 여지는 적어 보인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잘못된 발언과 관련해 중국은 일본에 강력한 항의와 함께 앞으로 계속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일본이 잘못을 즉시 반성하고 시정하며 잘못된 발언을 철회하고 중국 관련 문제에 대한 도발을 중단할 것을 진지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 차원의 직접적인 언급 없이는 중·일 관계가 개선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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