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사진=AFP)
그는 성범죄자인 엡스타인과 계속 연락을 유지한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책임지겠다면서 하버드대 종신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이어가되 공적 활동은 더 이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저명한 거시경제학자로, 하버드대 총장 등을 지냈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후에도 각종 학술·정책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주요 경제매체에 기고했으며, 현재 오픈AI 이사회에도 속해 있다.
경제학자로서 서머스 전 장관은 선진국의 저성장 구조를 설명하는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 개념을 부활시켰으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라는 예측을 선제적으로 내놓은 인물이기도 하다.
엡스타인 관련 보도 이후 서머스 전 장관이 참석하기로 한 뉴욕경제클럽의 대담 행사도 연기됐다. 클럽 측은 FT에 “일정상의 불가피한 변경 때문에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과거에도 엡스타인과의 친분으로 비판 받았다. 지난주 엡스타인 측이 공개한 고인의 이메일을 통해 서머스 전 장관이 과거 엡스타인에게 여성 제자와의 불륜 관계에 대한 조언을 구할 만큼 두 사람이 굉장히 가까웠던 사이임이 드러나면서 그는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두 사람은 엡스타인이 체포되는 2019년까지 최소 7년 동안 이메일을 주고 받았으며, 당시 서머스 전 장관은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메일에서 서머스 전 장관은 엡스타인에게 “그녀와는 경제 멘토 관계 외에는 아무 진전이 없다”, “그녀가 ‘피곤하다’며 나와 술 마시기를 거절했다” 등 불륜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밖에도 서머스 전 장관은 2018년 11월 이메일에서 엡스타인에게 “그녀도 그리워하겠지만 연락을 끊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녀는 똑똑하고 단호하고 명확하고 아름다웠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FT는 전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2005년 결혼해 지금까지 혼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출신인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서머스는 하버드를 포함하는 어떤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며 하버드대에 서머스 전 장관과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했다. 워런 의원은 서머스 전 장관에 대해 “엄청난 수준의 잘못된 판단”이었다면서 그가 “정치인, 정책 결정자, 기관들에 조언할 수 있는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