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동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사진=AFP)
◇ 빈살만 ‘통큰’ 대미투자 약속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5월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해 사우디의 6000억달러(약 876조 60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을 발표했는데, 이보다 4000억달러(약 584조 4000억원)가 늘어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매우 고맙다. 내가 당신(빈 살만)의 친구라는 것이 영광스럽다”면서 “당신이 미국에서 잠재력을 보지 못했다면 이런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F-35 전투기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균형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정책 변화로 평가된다. 1973년 제 4차 중동전쟁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이 ‘어떤 재래식 군사적 위협에도 최소 피해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정책을 유지해 왔는데, 사우디 또한 F-35를 보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에서 유일하게 F-35를 운용하는 국가로, 2024년 10월과 2025년 6월 두 차례 이란 공격에도 이를 사용했다.
그는 ‘사우디에 판매하는 F-35가 이스라엘의 F-35와 같은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상당히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이스라엘과 사우디 모두 최상급 수준의 전투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 트럼프 “빈살만, 언론인 암살 사건 몰랐다”
빈 살만 왕세자의 미국 방문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미국과 사우디는 오랜 전략적 협력국이지만 그해 10월 사우디 반정부 인사인 자말 카슈끄지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암살 사건의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되면서 관계가 멀어졌다. 당시 이는 미국 정계에서 큰 반발을 일으켜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이 미국과 사우디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첫 순방지로 중동을 택하는 등 사우디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는 이날도 백악관 남쪽 잔디밭인 사우스론에서 의장대, 대포 예포, F-35 전투기의 상공 비행 등이 포함한 화려한 의장 행사로 빈 살만 왕세자를 반겼다.
그는 또한 카슈끄지 암살 배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기자의 질문을 받고 “그(까슈끄지)는 매우 논란이 많고 많은 이들이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라면서 이처럼 답했다. 그의 발언은 당시 중앙정보국(CIA) 등 미 정보당국들이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을 지시했다고 평가했던 내용을 사실상 부정한 것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질문을 한 ABC 방송 기자에게 “손님을 난처하게 만드는 질문을 하지 마라”, “ABC 방송은 가짜 뉴스다. 업계 최악으로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 등 분노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와 관련해 “어떤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또는 합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목숨을 잃는다는 말을 듣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는 재발 방지를 위해 조사를 진행해 시스템을 개선했다”면서 “그 사건은 고통스럽고 매우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 “인권 분야에서 놀라운 일을 해냈다”며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들 중 한 명”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가족들이 진행하는 사업이 사우디와 얽혀 있어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았으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제 가족 사업에서 자신의 공식적 역할은 없다면서 “가족이 하는 일은 문제없고, 전 세계에서 사업을 한다. 사우디에서 한 일은 매우 적지만, 하려면 더 많이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동안 해온 일은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