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美 겨울 정전 위험 '비상'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19일, 오후 02:38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이 올 겨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전력 수요 증가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블랙아웃(정전)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력망 안정성을 감독하는 북미전력신뢰도공사(NERC)는 겨울철 극한 기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접경지역의 미 미시간주 송전탑.(사진=AFP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NERC는 이날 발표한 겨울 평가 보고서에서 올 겨울 전력 소비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기가와트(GW) 증가했다고 밝혔다. 1GW는 원자력 발전소 1기의 발전량으로, 약 100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전력 공급이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올 겨울 혹한과 극심한 겨울 폭풍이 찾아올 경우 미 전역에 걸쳐 에너지 부족 사태가 촉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각 지역은 평상시 충분한 전력 자원을 갖추고 있지만 극한 상황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NERC의 판단이다.

마크 올슨 NERC 신뢰성 평가 담당자는 “데이터센터는 지난 겨울 이후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지역에서 주요한 부하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 전력망은 수년 전부터 정전 위험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노후한 전력 인프라가 점점 더 빈번해지는 폭풍과 산불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증가는 최근 20년간 정체 상태였던 미국의 전력 수요를 빠르게 끌어올리며 전력망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겨울철은 전력 수급이 더 불안정해질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태양광 발전은 가동 시간이 줄고, 한파로 배터리 운영도 제한을 받을 수 있어서다. 천연가스 역시 동파나 파이프라인 제약 등으로 일시적으로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NERC가 올 겨울 전력 부족 위험이 높다고 지목한 지역은 지난해와 다르게 미 남동부와 워싱턴, 오리건 등 서부 일부 지역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지난 2021년 2월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텍사스 지역은 여전히 주의가 필요한 지역으로 분류했다. 텍사스주는 당시 연쇄적인 전력망 붕괴로 수백만명이 수일간 정전 피해를 입고 200명 이상이 숨졌다. 뉴잉글랜드 지역 역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제약 가능성으로 인해 전력 공급 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 현장인 펜실베이니아주 쓰리마일섬 원자력발전소를 45년 만에 다시 가동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에 연방대출 10억달러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원전 재가동이 전력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행정부가 더 많은 원자력 발전을 온라인(가동 상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에너지부는 쓰리마일섬 재가동으로 약 800메가와트(MW) 규모의 전력 생산이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컨스텔레이션은 2027년 재가동을 위해 약 16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