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AI 혁신 속도 경쟁…“과학·바이오·로봇 곳곳서 격전”[GAIF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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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1월 19일, 오후 06:56

[이데일리 임유경·김아름· 윤정훈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선두에 있는 미국과 중국의 AI 전문가들이 차기 격전지로 ‘버티컬(산업별 특화) AI’를 지목하고 있다. 특히 AI로 신약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면서 ‘과학·바이오 AI’ 분야에서 미·중 기업 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AI 두뇌를 탑재해 사람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도 가사·산업·교육·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버티컬 AI 로봇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성패는 기존 산업 기반 위에 누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AI를 접목하느냐에 달렸다는 판단 아래 양국 기업 모두 오픈소스 활용과 개방성 확보를 전략으로 내세워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이데일리 글로벌 AI포럼(GAIF 2025)’ 기조연설에 나선 스테파니아 드루가 사카나 AI 연구원(전 구글 딥마인드 AI 연구과학자)는 “그동안 연구자들이 새로운 유전자 매커니즘을 찾거나 항생제를 발견하는 데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지만, AI 공동과학자(AI Co-Scientist)는 이틀 만에 이 같은 새로운 발견을 찾아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스테파니아 드루가 사카나 AI 연구원이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글로벌 AI포럼(GAIF 2025)’에서 글로벌 AI 시장을 이끄는 혁신 리더십 ‘미국’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사카나 AI는 AI를 활용해 과학 연구의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드루가 연구원은 “AI 공동과학자가 실시간으로 연구에 개입해 가설과 문제 정의까지 나서고 있다”라며 “AI 에이전트라는 전반적인 시스템이 가설을 세우고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조율하는 것을 통해 연구자들은 추가적인 옵션을 받게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공동과학자는 신약 개발, 박테리아 연구, AI 칩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드루가 연구원은 대부분의 AI 공동과학자 프로젝트가 개방형 생태계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방식이 AI 혁신 속도를 높이는 데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스템은 다양한 센서 입력과 영상·비디오 데이터를 수집해 맥락을 구성하고, 여러 종류의 API(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나 모델을 교체해가며 사용할 수 있는 구조”라며 “주요 생명과학 실험 장비 전반이 오픈소스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리 링위 엑스탈파이 전략개발총괄이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글로벌 AI포럼(GAIF 2025)’에서 ‘중국 빅테크의 AX전략과 확장’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활발하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중국 엑스탈파이의 리 링위 전략개발총괄은 AI와 로봇을 통합해 신약 개발을 혁신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엑스탈파이는 MIT 출신 양자물리학자 3명이 2015년 설립한 중국 AI 신약개발 기업으로, 양자물리학, AI, 로봇공학을 통합한 플랫폼이 가장 큰 차별화 요소다.

회사는 AI로 분자를 설계하고, 양자물리학으로 그 구조를 계산하며, 자동화 연구 로봇이 실제 실험을 수행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폐루프(closed-loop)’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끊임없는 임상 시험 수작업을 로봇으로 하게 시스템을 설계한 것이다.

리 총괄은 “AI는 머리, 로봇은 몸이다. 머리만 있고 몸이 없으면 실제 세계에서 검증할 수 없고, 몸만 있고 머리가 없으면 그저 반복 노동일 뿐“이라며 ”우리는 AI가 설계한 분자를 로봇이 합성·실험하고, 그 결과를 다시 AI가 학습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약과 신소재는 원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세계”라며 “AI와 로봇을 결합한 디지털·물리 통합 기술은 이 비가시적 영역에 아주 구체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펠릭스 상 유니트리 로보틱스 선임이사가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글로벌 AI포럼(GAIF 2025)’에서 ‘중국 빅테크의 AX전략과 확장’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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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AI(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AI)의 정점에 있는 휴머노이드 분야도 버티컬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 사족보행·휴머노이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 유니트리의 펠릭스 상 이사는 이날 행사에서 로봇 활용 분야가 가사부터 산업·교육·엔터테인먼트까지 버티컬로 확장 중이라고 강조했다.

상 이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유니트리의 최신 휴머노이드 ‘H1’은 베이징에서 열린 400m 로봇 경주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민첩하다. 다른 모델인 ‘G1’은 불과 1년 만에 걷는 수준에서 뛰고 복싱을 하고 춤을 추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그가 소개한 시연 영상에서는 G1이 식탁을 닦고 설거지를 한 뒤 청소기를 작동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아직은 동작이 느리지만 AI·센서 기술이 고도화되면 ‘가사 자동화 로봇’으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상 이사는 “로봇은 3~5년 뒤 인간의 일상 속 ‘생활 동반자’가 되고 5~10년이 지나면 집안일까지 스스로 처리하는 로봇이 가정에 본격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 이사는 유니트리가 오픈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와 API로 개방적인 연구자·개발자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과 대학 연구실이 자체 모델을 트레이닝해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로봇 산업 전반 확산 속도를 가속화하는 요소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캐런 문 스팽글 AI 스팽글AI 공동창립자 겸 최고사업책임자가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글로벌 AI포럼(GAIF 2025)’에서 글로벌 AI 시장을 이끄는 혁신 리더십 ‘미국’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캐런 문 스팽글 AI 공동창업자 겸 최고사업책임자(CC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버티컬 AI가 AI 생태계 가치사슬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정리했다. 그는 “주요 모델들의 성능은 장기적으로 상향평준화되는 방향으로 수렴해가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차별화의 핵심은 사용자 경험(UX), 즉 사람들이 실제로 계속 사용하는 기능을 얼마나 잘 만드는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말 앤트로픽이 공개한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 AI가 외부 도구와 연결되는 표준 통신 규격)’이 각 산업에 AI 에이전트 결합을 손쉽게 해 줘 버티컬 AI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CCO는 “앞으로 2년 내 MCP 프로토콜의 확장과 표준화는 AI 산업의 핵심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MCP 프로토콜의 확장과 함께 헬스케어·제조·금융 등 주요 산업에서 버티컬 AI 리더가 등장하고 여러 에이전트를 연동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생태계의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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