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방위 日압박…수산물 수입 중단·유엔서도 딴지(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19일, 오후 07:05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은 가운데, 중국이 일본에 대한 전방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AFP)


◇中 “다카이치에 공분…日수산물 살 사람 없어”

19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날 정식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수산물 수입 중단을 공식 통보했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수산물에 대해 품질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관련 기술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수입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철회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가능성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일본 자위대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후 중국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본을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실제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과 관련해 잘못된 발언을 했고, 이는 중국인들의 강렬한 공분을 야기했다. 현 상황에선 일본 수산물이 중국에 수출돼도 시장(소비 수요)이 있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개시한 2023년 8월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가, 약 2년이 지난 올해 6월에서야 수입 재개에 합의했다. 수출 재개가 실행에 옮겨진 건 지난 5일 가리비 6톤이 중국을 향하면서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2주 만에 모든 상황이 되돌려졌다.

간밤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푸충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 대사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해 “전후 국제질서 파괴”, “내정간섭”, “외교적 신뢰 훼손”이라고 맹비난하고 “일본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푸 대사는 “일본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일 간 4대 정치문건 정신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평화의 길을 걷겠다는 기존의 국제 약속도 노골적으로 위반했다”며 “국제 정의와 전후 국제질서, 국제관계 기본 규범을 모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압박은 정치·외교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앞서 중국은 자국민들에게 일본 여행 및 유학을 자제토록 권고했고, 중국 항공사들은 일본행 항공권 무료 취소·변경을 지원하고 나섰다. 일부 중국 여행사들은 일본행 신규 패키지 판매를 일시 중단했고, 단기 어학연수를 포기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경제·문화 영역까지 압박을 확대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연일 일본에 대한 압박 및 경고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날도 “다카이치 총리의 잘못된 발언은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훼손했다. 일본은 우선 잘못된 발언을 철회하고, 실질적인 행동으로 정치적 기초를 지켜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AFP)


◇日 “철회 불가” 입장 유지…경제 피해 우려 여전

일본 정부는 지난 17일 외무성 간부가 중국을 방문해 긴장 완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전략적 모호성’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내부에선 경제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올해 1~9월 일본에서 쓴 돈은 1조 6443억엔(약 15조 5000억원)으로, 연말까지 2조엔(약 18조 8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총생산(GDP) 통계상 서비스 수출로 집계되는 방일객 인바운드 소비는 올해 1~9월 자동차 다음으로 크고, 반도체 등 전자부품보다 많다.

노무라종합연구소 역시 중국의 일본 여행 보이콧으로 연간 약 2조 2000억엔(약 20조 7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을 주로 다루는 일본 여행사 ‘이스트 재팬 인터내셔널 트래블 서비스’는 연내 예약 중 80%가 취소됐다고 알렸고, 이에 따라 일본행 항공권도 약 50만장 취소된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중국 내 반일 시위가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 충돌, 2012년 영유권 분쟁 등 중국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경제 보복에 시달려 왔다.

한편 일각에선 중국인 관광객 감소를 환영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극우 성향인 일본보수당의 햐쿠타 나오키 대표는 전날 “무례한 중국인 관광객이 대폭 줄어든다면 오히려 매우 좋다. 대환영”이라며 “다카이치 총리는 사과도 발언을 철회할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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