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게이샤의 추억' 속 日 대나무숲, 낙서로 결국 벌채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19일, 오후 05:31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일본 교토의 관광 명소 중 하나인 아라시야마 대나무숲에서 ‘낙서 훼손’ 사례가 잇따르자 교토시 당국이 벌채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일본 교토 아라시야마 대나무숲 대나무에 새겨져 있는 한글 낙서.(사진=연합뉴스)
19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교토시는 이날 아라시야마의 대나무숲에서 대나무를 훼손하는 낙서가 경관 악화로 이어지어지고 있다며 일부 손상된 나무를 시험 절단했다고 밝혔다.

아라시야마 대나무숲은 세계유산인 텐류지 북쪽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로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와 햇빛이 스며드는 풍경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꼽힌다. 할리우드 영화 ‘게이샤의 추억’의 배경으로도 등장해 세계적인 명소로 알려져 있다.

대나무숲 오솔길 주변에는 2만3000제곱미터의 시유지가 있으며, 이곳에는 약 7000그루의 대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낙서는 올 봄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으며 시가 지난 10월 조사한 결과 약 350그루에서 낙서 피해가 확인됐다. 교토시는 경관 악화를 막고 관광객의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대나무 숲을 후퇴시키기 위해 피해를 입은 일부와 그 주변의 대나무를 벌채하기로 결정했다.

시의 의뢰를 받은 비영리단체(NPO)법인 직원 등 9명은 이날 오전 낙서가 새겨진 대나무 4그루를 포함해 25그루를 전기톱으로 벌목했다. 하시모토 조 교토시 경관보전과 과장은 “앞으로 피해 상황을 보면서 벌채 효과를 반년 정도에 걸쳐 검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라시야마 상점가 이시카와 케이스케 회장은 “지역주민들이 경관을 소중히 지키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대나숲에서 발견된 낙서 대부분은 칼, 열쇠 등 날카로운 물체로 새겨진 것으로 추정됐다. 낙서 내용은 대부분 알파벳으로 누군가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거나 방문 날짜 또는 하트 안에 연인들의 이름이 새겨지기도 했다. 알파벳 뿐만 아니라 일본어, 한자로 추정되는 낙서도 일부 발견됐다. 버젓이 한글로 적힌 낙서도 있었다.

문제는 대나무 표면에 생긴 흠집은 원상 복구되지 않기에 반영구적으로 흔적이 남는다는 점이다. 이에 교토시는 추가 낙서를 막기 위해 대나무 일부분에 녹색 양생 테이프를 붙였지만 경관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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