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금리 인하 후퇴를 삼켰다…S&P500 5일만 반등[월스트리트in]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0일, 오전 07:29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저가 매수에 힘입어 일제히 상승했다. S&P500는 5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절대강자 엔비디아는 장마감 이후 3분기 실적과 4분기 매출 전망 모두 월가 예상치를 두루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최근 기술주 전반을 짓눌렀던 ‘AI 버블’ 우려가 컸던 가운데 강력한 실적이 확인되면서 시장의 우려를 크게 잠재울 전망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 대비 0.38% 오른 6642.16을 기록했고, 나스닥지수는 0.59% 상승한 2만2564.229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10% 오른 4만6138.77을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장 마감이후 6% 이상 급등하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1.5% 이상 상승 중이다.

◇연준 의사록 “다수 위원, 12월 금리인하 반대”…가능성 30%대로

12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장중 시장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개한 10월 회의 의사록에서는 다수의 위원들이 올해 남은 기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내 동결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고용 위험을 둘러싼 시각차가 여전해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공개된 10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많은(many) 위원들은 자신들의 경제전망을 고려할 때 올해 나머지 기간 동안 금리 목표 범위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제시했다”고 기록됐다.

의사록은 또 “몇몇(several) 위원들”이 경제가 예상대로 전개될 경우 “12월 회의에서 추가 인하가 적절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연준 의사록에서 사용되는 표현상 ‘많은’는 ‘대다수(most)’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12월 추가 인하에 부정적인 시각이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12월 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은 전날 50.1%에서 33.6%로 뚝 떨어졌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은 “자료 공백과 관세 영향의 불확실성으로 연준 내부 컨센서스가 없으며 의사록 전반은 다소 매파적”이라고 분석했다.

◇美노동통계국, 10월 고용보고서 발표 취소

여기에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취소된 것도 투심을 악화시켰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사상 처음으로 10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취소했다. 기록적 장기 정부 셧다운으로 가계조사 자료를 수집하지 못해 보고서 작성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BLS는 10월 실업률 산출에 필요한 가계조사가 “사후(事後) 수집이 불가능하다”며 해당 월 고용보고서를 발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업체조사(비농업부문 신규고용)는 일부 확보됐지만, 고용보고서는 두 조사 결과가 함께 있어야 발표할 수 있다.

BLS가 월간 고용보고서를 건너뛴 것은 1994년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2월 9∼10일 FOMC 회의에서 9월 고용지표를 마지막으로 확보한 공식 자료로 사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BLS는 10월 사업체조사 결과를 11월 고용보고서에 통합해 오는 12월 16일 발표한다. 이는 원래 일정에서 일주일 이상 늦춰진 것이다.

공식 통계 부재로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술적 세척?…기술주 조정 바닥 가능성 솔솔

이런 상황에서 이날 뉴욕증시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장 막판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엔비디아는 2.85%, 알파벳은 2.82%, 브로드컴은 4.09%, 테슬라는 0.68% 상승했다. 장마감 이후 발표될 엔비디아 실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막판에 매수 물량이 쏠렸고, 반도체 중심으로 상승이 이어졌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1.35%, 메타는 1.23% 하락마감했다. 알파벳은 전날 공개한 차세대 인공지능 모델 ‘제미나이3’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기술주의 조정이 ‘기술적 세척(technical washout)’에 가깝다는 진단도 나온다. JP모건체이스의 앤드루 타일러는 “조정은 이미 끝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헤지펀드가 여전히 위험노출을 줄이는 반면, 전통적 롱온리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실적을 앞두고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엔비디아, 3분기 실적·4분기 전망 모두 ‘서프라이즈’…6% 급등

금리인하 후퇴 우려를 잠재운 것은 엔비디아 실적이다. 장마감 이후 발표된 엔비디아 실적은 월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엔비디아의 3분기 회계연도 기준 매출은 570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549억20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순이익 역시 319억1000만달러로 컨센서스(300억달러)와 전년 대비(193억달러) 모두를 상회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30달러로 LSEG 집계 월가 전망치(1.25달러)를 넘어섰다. 분기 총마진율은 73.4%를 기록했으며, 회사는 4분기에는 계획대로 75% 수준까지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성장엔진인 데이터센터 매출은 512억달러로 시장 예상치(490억9000만달러)보다 높고, 전년 대비 66%나 증가했다. 사실상 엔비디아 AI 칩 수요가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이 중 GPU 매출이 430억달러, 네트워크 장비 매출은 82억달러였다.

시장을 더 깜짝 놀래킨건 장밋빛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 전망을 약 65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월가 컨센서스(616억6000만달러)를 크게 웃돌 뿐 아니라 일부 낙관론자 전망(750억달러)에 조금 못 미치지만 강한 가이던스다.

최근 기술주가 높은 밸류에이션과 AI 투자 과열 우려로 흔들린 가운데, 월가는 엔비디아가 AI 투자 사이클이 여전히 견조함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엔비디아는 높은 기대와 높은 회의론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어려운 구간에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의 우려를 크게 잠재웠다”고 분석했다.

이번 실적은 엔비디아가 사실상 중국 시장 매출 없이 달성한 것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회사는 중국 수출 규제에 맞춰 H20 칩을 개발했지만, 3분기 관련 매출은 “유의미하지 않은” 수준이었다며 향후 전망에도 중국 매출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테크기업들이 정부 요구로 국산 칩으로의 전환을 강하게 압박받고 있는 탓이다.

◇달러, 3주 만에 최대 상승…달러인덱스 100 상회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미국 달러 가치가 3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 중이다.연준이 12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 쏠린 영향이다. 오후 5시20분 기준 뉴욕외횐시장에서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57%는 100.12를 기록 중이다.

알렉스 코언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는 “달러는 매우 인상적인 랠리를 보이고 있다”며 “12월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려면 지표가 상당히 약하게 나와야 하는 만큼, 달러의 상승 요인이 여전히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강세와 함께 주요 통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영국의 재정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파운드화는 0.7% 떨어지며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뉴질랜드 달러는 4월 이후 최저치로 밀려 올해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엔화는 0.9% 하락해 달러당 156.89엔으로 약세를 기록하며 지난 1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금리인하 가능성 후퇴....10년물 금리 4.14%

국채금리도 일제히 오르고 있다.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1.8bp(1bp=0.01%포인트) 오른 4.139%를,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1.5bp 상승한 3.596%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제유가는 2% 이상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1.30달러(2.14%) 내린 배럴당 59.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다시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미국의 휘발유 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게 유가를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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