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길. 시내 곳곳에 신·개축중인 건물들이 자주 포착된다. 주행하는 자동차 중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2년을 보낸 후 최근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스라엘의 경제는 예상외로 빠르게 ‘재가동 모드’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한국 기자단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부 초청으로 경제의 중심축인 텔아비브와 전세계 종교인들이 한데 모인 예루살렘, 전쟁의 불씨가 남아 있는 가자지구 인근 남부 키부츠 니르 오르 지역 등을 다녀왔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첫날인 2일 예루살렘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대한항공 직항 재개’와 ‘기술 공동개발’ 등 한국과의 경제·기술 협력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2년간 이어진 하마스와의 가자 전쟁 이후 세계 여론의 거센 파고를 맞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시선은 이미 ‘전쟁 이후(post-war) 경제 지도’와 아시아, 특히 한국시장으로 향해 있었다.
하가이 샤그리르 아시아·태평양국장은 “한국은 이스라엘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라며 “연구개발(R&D) 협력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양국은 서로의 혁신 생태계를 연결할 수 있는 특별한 관계”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한국을 ‘최우선 파트너’로 지목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경제의 구조 변화가 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은 세계 GDP의 60% 이상, 연간 성장의 70%를 만들어내는 지역”이라며 “이스라엘 수출도 20년 전 아시아 비중이 10% 남짓이었지만 올해는 27%를 넘었다. 앞으로 경제의 중심축은 더 동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첨단 제조 공급망 대부분이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이스라엘의 전략 방향성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가이 샤그리르 이스라엘 외무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스라엘 경제는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실제 수치는 예상보다 견조했다. 이스라엘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2.5~3% 수준이며 1인당 GDP는 5만5000~6만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담수화, 점적관개(농업용 관수시설), 폐수 재활용 같은 생존형 기술과 국방·사이버·스타트업에 대한 장기 투자가 경제 충격을 크게 완화했다”며 “전쟁 중에도 스타트업들은 거의 멈추지 않고 일했다. 전쟁에서 검증된 기술이 민간으로 확산하면서 새로운 산업적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가이 국장은 한국과의 교역·관광·인력 교류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전쟁 전 아시아 관광객은 연간 50만명을 넘었고, 한국 노동자·기업·관광객 수요도 많은 편이었다. 그는 “한국과 이스라엘은 지리적으로 멀지만 경제·기술적으로는 매우 가까운 나라”라며 “포스트-워 시대에 가장 빠르게 손잡을 국가는 한국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항공 직항 재개는 단순한 항공편 문제가 아니라 양국이 어디로 함께 갈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