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2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간밤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전거래일대비 1.65엔 상승한 157.15~157.25엔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달러·엔 환율은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올해 1월 중순 이후 약 10개월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엔화가치는 하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지며 엔화 매도·달러화 매수가 우위를 보였다.
미 노동부는 19일(현지시간) 셧다운 여파로 10월 고용통계를 발표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데 이어, 11월 고용통계 발표일도 12월 5일에서 16일로 늦췄다. 같은달 9~10일 열리는 FOMC 회의 이후여서, 연준이 12월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결정하기엔 핵심 고용지표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 노동부 발표 이후 공개된 10월 FOMC 의사록에서도 대다수 연준 위원들이 “한 단계 추가 금리인하는 고인플레이션이 정착할 위험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의 금리인하 예측도 50%에서 33% 전후로 급락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 및 이에 따른 재정악화 우려가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유로화 대비 엔화가치도 181엔대 초반까지 떨어져 최저점을 경신했다.
일본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재정지출 확대를 추진하며 국가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17조엔 규모 경제 정책 수립을 검토 중이며, 이를 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25조엔 규모의 추가 예산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는 시장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일 일본 국채 40년물 금리는 2007년 이후, 20년물 금리는 1999년 이후, 10년물 금리는 2008년 이후 각각 최고치를 찍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엔화 약세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엔화 매도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BOJ의 외환시장 개입(환율 조정) 관측이 후퇴했고, 엔화가치 하락이 가속화했다.
임금과 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고, 엔화 약세로 수입물가까지 오르면 인플레이션은 더욱 자극을 받게 된다. 하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BOJ가 추가 금리인상을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다카이치 내각은 21일 고물가 대책을 포함해 20조엔 규모의 종합 경제대책을 각의 결정할 것으로 닛케이는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일본 매도’ 전략이 이제 막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짚었다.
T&D자산운용의 수석 전략가이자 펀드매니저인 나미오카 히로시는 “투자자들은 대규모 재정지출이 정말로 필요한지 의문을 품고 있으며, 이번 조치 발표 후 주식, 채권, 엔화가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딥’ 현상이 발생할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2022년 리즈 트러스 정부 시절 영국을 강타했던 시장 혼란과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RBC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크 다우딩도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이 신뢰를 잃으면 투자자들은 모든 자산을 매도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