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위 군사대표단 우크라 방문…종전 협상 본격화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0일, 오전 10:1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국방부 고위 대표단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종전 방안 논의에 본격 돌입했다. 미국은 러시아와 비공개 협의를 통해 마련한 새 평화합의안을 제시하며 우크라이나에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데다, 사실상 주권을 포기하는 내용이어서 우크라이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AFP)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BBC방송 등에 따르면 댄 드리스컬 미국 육군장관이 이끄는 미 국방부 고위 협상단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 젤렌스키 대통령, 드미트로 슈미할 국방장관 등과 만나 전쟁 종식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미 협상단엔 4성 장군 2명이 포함됐다. 미 백악관과 국방부는 종전 과정, 휴전선 확정, 안전보장 체계 구축 등이 주요 의제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단 파견은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 한 달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해 비밀리에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 이뤄졌다.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양보하는 방안을 비롯해 비공개 평화협정을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미국이 러시아와 조율 끝에 28개 항목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평화합의안 초안을 마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28개 항목은 크게 4개 분야, 우크라이나 평화, 안보 보장, 유럽 안보, 미국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향후 관계 등으로 나뉜다.

초안에는 러시아가 요구해온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영토의 완전 양도, 우크라이나 군대 규모 절반 이하 감축, 주요 군 장비 및 무기 폐기, 미국의 군사지원 철회, 외국 군대의 우크라이나 영토 주둔 불허 등이 포함됐다. 도네츠크의 경우 현재 러시아가 영토의 약 70%를 점령하고 있다.

이외에도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의 공식 국가 언어로 인정하고 러시아 정교회 지역 지부에 공식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FT에 “러시아 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문서로, 일부는 우크라이나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초안 설계자 중 한 명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라고 전했다.

FT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측근들의 대규모 부패 스캔들 연루로 정치적 입지가 대폭 약화한 가운데 이뤄진 제안”이라며 “이번 부패 스캔들은 우크라이나가 유리하지 않은 조건으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를 미국에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자국 영토의 완전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영토 양보는 절대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튀르키예를 방문해 외교적 해법 가속화를 거듭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도 “상당한 변경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며 수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에도 새 평화합의안에 대한 설명 작업에 착수했다. 유럽 국가들은 신중한 기류를 보이면서도 우크라이나의 주권 침해 요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추가 침공 위험이 높은 데다, 우크라이나의 자주 방위권이 영구 박탈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평화협정이 이뤄지면 미국 및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 제공에 동참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하지만 미 정부 내부와 유럽 국가들 사이에선 과도한 영토 양보를 강요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사실상 항복’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종전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도 러시아의 미사일·드론 공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시아가 순항·탄도 미사일 40발과 드론 약 580대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 공격으로 드니프로에서 1명이 사망하고 최소 26명이 다쳤으며, 체르니히우와 흐멜니츠키 지역에서는 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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