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공포 벗긴 젠슨황의 마법…흔들린 월가를 다시 세웠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0일, 오후 06:47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임유경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절대강자 엔비디아가 다시 한번 시장의 불안을 가라앉혔다. 3분기 매출 570억달러, 순이익 319억달러라는 기록적 실적과 함께 4분기 650억달러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최근의 AI 버블 우려를 단숨에 진정시켰다. ‘AI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은 이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번 실적은 단순한 어닝서프라이즈가 아니라, 수주일간 AI 버블 논쟁으로 흔들렸던 글로벌 투자 심리를 되돌린 ‘전환점’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컨설팅기업 더퓨처럼그룹의 다니엘 뉴먼 최고경영자(CEO)는 “수요가 이토록 안정적이고 거대하다는 걸 믿기 어려울 정도지만, 결국 시장은 이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AFP)
◇‘AI 순환 자본 구조’ 논란에 반박한 젠슨황

19일(현지시간) 발표된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62% 증가했고,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512억달러로 또다시 사상 최대치다.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판매는 “차트를 뚫을 정도”라는 젠슨 황 CEO의 발언을 그대로 입증했다. 주가는 시간 외에서 최대 6.5% 뛰며 시장 불안을 즉시 되돌렸다.

최근 몇 주 사이 기술주 시가총액은 수천억달러가 증발했고, 소프트뱅크와 피터 틸 계열 헤지펀드는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마이클 버리의 ‘AI 숏 포지션’ 공개는 시장 전반의 경계감을 더욱 키웠다. 그럼에도 엔비디아는 매출·이익·전망 모두에서 이런 우려를 완전히 뒤집으며 “AI 투자의 중심축은 여전히 엔비디아”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최근 월가의 관심은 칩 공급자(엔비디아)→클라우드 기업(MS·AWS·구글)→AI 스타트업(오픈AI·앤트로픽)이 서로에게 투자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구매하는 ‘순환 구조’였다. 일부에서는 “수익이 아닌 투자 자체가 수요를 만들어내는 구조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대표적 사례가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앤트로픽 간 수십억달러 규모 상호 투자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기술 패권 경쟁의 신호로 해석됐지만, 최근에는 “수익성보다 투자 규모를 부풀리는 구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조사에서도 글로벌 펀드매니저의 45%가 “AI 버블이 시장 최대 리스크”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젠슨 황은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우리가 투자한다고 해서 그 회사가 우리 칩을 사는 것은 아니다”라며 “AI 기업들은 최고의 컴퓨팅을 원하기 때문에 엔비디아를 선택한다. 수요가 먼저 있고, 투자는 그 수요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경쟁 제품을 써본 뒤 다시 엔비디아로 돌아오는 고객이 더 많다”며 자연적 수요임을 강조했다.

비벡 아리아 BofA 반도체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는 칩·소프트웨어·시스템 설계가 결합된 ‘비길 데 없는 조합’을 갖고 있다”며 “특히 블랙웰-블랙웰 울트라-베라 루빈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이 경쟁사 대비 최소 12~18개월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오른쪽)와 일론 머스크(가운데)테슬라 CEO가 단체 사진 촬영 자리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AFP)
◇전력공급 차질, 중국 ‘완전 배제’는 유일한 약한고리

엔비디아 칩 수요가 너무 폭발적이라 데이터센터는 완공 전부터 임대가 끝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업체 CBRE에 따르면 미국 내 신규 데이터센터의 74%가 완공도 되기 전에 이미 임차 계약이 체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력 공급 부족으로 데이터센터 확장이 지연될 가능성은 주요 변수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 공시에서 처음으로 “고객들의 자본·전력 확보 여건이 AI 성장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데이터센터 1곳 건설에 수십억달러가 필요하고, 500MW급 전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확장이 더뎌지고 있다. AI 성장이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물리적 인프라의 병목에 부딪힐 수도 있다. CBRE는 “지금처럼 수요가 높았던 적은 없다. 문제는 전력 공급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중국향 매출이 사실상 ‘0’이 된 점도 이번 실적의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된다. 미국 정부는 블랙웰 칩의 중국 수출을 검토조차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중국 정부도 자국 칩 사용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향후 수십억달러의 잠재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용 H20 칩 판매가 “매출이 무의미한 수준”이라는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중국의 공백은 새로운 AI투자 허브로 부상한 UAE·사우디 등이 일부 메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두 지역에 최대 7만개의 첨단 AI 칩 수출을 승인했다. 사우디 휴메인(Humain)과 UAE G42는 각각 3만5000개의 GB300급 서버 구매가 가능해졌다. 엔비디아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AI업체 xAI는 이날 휴메인과 파트너십을 맺고 500MW급 AI 데이터센터를 사우디에 건설하기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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