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간첩선, 英해역 무단 진입…감시 전투기에 레이저 발사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0일, 오후 02:3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 간첩선이 영국 영해에 무단 진입해 전투기를 향해 레이저를 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이 19일(현지시간) 영국 영해를 침범하고 전투기에 레이저를 발상한 러시아 간첩함 얀타르에 대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AFP)


19일(현지시간) BBC방송, CNN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해군 소속 심해연구함 ‘얀타르’가 이날 영국 영해 인근에서 왕립공군(RAF) 대잠초계기에 레이저를 조사했다. 당시 해당 지역에선 영국 왕립 해군 프리깃과 RAF 포세이돈 P-8 대잠초계기가 얀타르의 활동을 밀착 감시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 간첩선이 영국 군용기를 직접 겨냥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간첩선 얀타르가 스코틀랜드 북쪽, 영국 영해 가장자리에서 우리 군용기 파일럿을 레이저로 위협했다”며 “우리는 상황을 극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얀타르가 남하하거나 항로를 변경할 경우에 대비해 군사적 대응 옵션도 준비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이다.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 당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만약 얀타르가 이번주 남쪽으로 이동한다면,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얀타르는 러시아 국방부 산하 심해연구국(GUGI)에 소속된 특수 정찰선으로, 평시엔 해저 케이블 정찰과 군사 감시 임무를, 분쟁 시엔 각종 방해공작 임무를 수행한다. 선내에는 심해무인잠수정 등을 비롯한 첨단 장비가 탑재돼 군·민간 인프라에 잠재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

이에 영국 정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얀타르가 통신·에너지 케이블 등 중요 해저 인프라를 정찰·분석하고 있다며 지속 경계해 왔다. BBC와 영국 주요 언론들은 “이번 레이저 조사 사건은 해저 케이블 공격, 인프라 파괴 등 새로운 ‘비대칭 군사작전’ 위협의 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은 향후 유럽 각국의 방위협력 공조 논의에도 큰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엔 폴란드 최대 철도 인프라 폭발 등 나토 전선 인근에서 연쇄적 군사적, 정보전 도발이 이어진 만큼, 영국과 유럽연합(EU) 당국의 경계감과 긴장감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영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얀타르에 대한 영해 감시·추적 임무를 강화하기 위해, 즉 더 가까이에서 추적하기 위해 해군의 교전 규정까지 변경했다.

힐리 장관은 “새로운 위협의 시대가 도래했다. 영국, 나토, EU 모두 변화된 세계에 대비해 인프라 방어와 군사적 억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영국 국회 국방위원회도 “미국의 군사 자원 의존도를 줄이고 ‘본토 방위와 인프라 복원력’을 국가 핵심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러시아는 “얀타르는 국제적 해양조사선이자 과학임무 수행이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영국의 과도한 경계를 러시아 혐오라고 비난했다.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해양 조사선이 공해상에서 활동하는 것은 영국 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영국 안보를 저해하려는 의도도 없다”며 되레 “영국의 군사적 긴장 고조가 유럽 안보 악화를 부추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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