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부, 중동에 최대 7만개 첨단 AI 칩 판매 계약 승인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0일, 오후 02:54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 상무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최대 7만 개 규모의 첨단 인공지능(AI) 칩 판매를 승인했다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두 나라가 AI 경쟁에서 미국·중국보다 뒤처진 격차를 줄이려 하는 가운데 중동 국가들이 거둔 큰 성과로 평가된다.

(사진=로이터)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승인으로 사우디 정부가 지원하는 AI 벤처 휴메인과 UAE의 국영 AI 기업 G42가 최신 아키텍처인 ‘블랙웰’ 기반 GB300 칩을 최대 3만5000개를 각각 구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GB300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AI 프로세서 중 하나다.

이번 수출 승인에는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로 기술이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와 사이버보안 규정이 포함되며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이 준수 여부를 감독한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과 기타 제 3국이 보안 규정을 우회해 이에 접근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와 UAE 모두 중국과 깊은 기술·경제 파트너십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안보 우려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 내 일부 인사들이 중동에 직접 칩을 수출하는 것을 반대했지만 정책적 반전이 이뤄졌다고 WSJ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5월 중동 순방 이후 두 나라 정상들과 칩 수출 문제를 여러 차례 논의해왔으며, 최근에도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관련 협의를 이어갔다. 두 나라는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 약속과 함께 가상자산·부동산 등 트럼프 일가의 사업 관련 거래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내내 기술 수출을 무역 협상 등에서 전략적 도구로 활용해 왔으며, 이는 사우디·UAE처럼 경제 다각화와 AI 산업 성장의 과실을 원하던 국가들에 기회로 작용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이번 승인들은 미국의 AI 지배력과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7만 개라는 칩 규모는 두 나라 기준으로는 상당한 규모이지만, 글로벌 산업 전체로 보면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라고 WSJ는 짚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멤피스에 위치한 xAI 데이터센터는 20만 개 이상 엔비디아 칩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수출 승인은 몇 달 동안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온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승리로도 풀이된다. 그는 “중동 국가에 대한 판매가 오히려 미국의 AI 우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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