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밤반시 시장으로 일하며 스파이 활동을 벌였던 중국인 여성 앨리스 궈(가운데)가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에서 체포된 뒤 필리핀으로 송환돼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19일(현지시간) 가디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필리핀 마닐라 지방법원은 이날 중국인 여성 스파이 앨리스 궈(35, 궈화핑)에게 인신매매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체포 약 1년여 만이다.
올리비아 토레스 검찰관은 기자회견에서 “법원이 1년 남짓의 조사 끝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궈씨를 포함해 함께 기소된 피고인 8명 모두에게 종신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중국 국적자인 궈씨는 필리핀인으로 신분을 세탁한 뒤 필리핀 북부 타를락주 밤반시에서 시장으로 일했다. 궈씨는 시장 직위를 이용해 중국계 범죄조직과 결탁해 밤반시에서 불법 온라인 도박장 및 사기센터를 운영했다.
해당 시설은 사무동, 고급 빌라, 대형 수영장 등을 갖춘 대규모 복합 단지로 불법 도박뿐 아니라 ‘로맨스 스캠’ 등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일당들의 소굴이었으며, 시장실 바로 뒤쪽에 위치했다. 이 시설은 작년 3월 한 베트남 국적자가 탈출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당시 필리핀 수사당국은 불법 감금된 채 범죄에 이용당하던 700여명을 구출했다. 피해자들엔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인도네시아, 르완다 국적자까지 포함돼 있었으며, 범죄 행위를 거부하면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수사 결과 도박장 등이 있는 시설 부지 절반이 궈씨 소유인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었다. 궈씨가 법인 대표이자 실질적 시설 운영자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궈씨는 중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와 함께 농장에서 자랐다고 주장했지만, 리사 혼티베로스 필리핀 상원의원이 필리핀 국가수사청(NBI)에 의뢰한 결과 궈씨의 지문은 2003년 1월 중국인 여권을 소지하고 특별투자거주 비자로 필리핀에 입국한 궈화핑의 지문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궈씨가 앨리스 궈의 신분을 조작·도용한 것으로 판명되면서 필리핀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PAOCC)는 그의 시장직을 박탈하고 필리핀 신분인 앨리스 궈의 여권을 말소했다.
지난해 7월 궈씨에 대한 체포 명령이 떨어지자 그는 자취를 감추고 배를 갈아타며 말레이시아로 밀항했고, 이후 싱가포르를 거쳐 인도네시아로 도피했다. 필리핀 수사당국은 4개국에 걸쳐 궈씨를 추적했고, 같은해 9월 자카르타에서 체포에 성공했다.
필리핀 검찰은 궈씨와 함께 공범 3명에 대해 ‘인신매매를 조직한 주도자’, 나머지 4명에 대해선 ‘직접적인 인신매매 행위자’로 분류해 각각 기소했다.
이번 판결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온라인 사기 범죄조직에 대한 단속이 강화하는 가운데 이뤄져 더욱 주목을 끌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동남아 지역에서 발생한 온라인 사기·도박 피해액은 370억달러로 집계됐다.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대립하는 상황도 민감하게 작용했다. 중국 대사관은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