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러드 모스코위츠 민주당 하원의원이 2024년 하원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프리 엡스타인의 사진을 들고 있다. 해당 사진은 1997년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자 마러라고에서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해당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지지해온 공화당 강경파 일부까지 파일 공개에 찬성하고 나서는 등 여론이 기울자 돌연 입장을 바꿔 법안이 의회에서 넘어오면 서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엡스타인과 과거 친분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엡스타인 의혹은 민주당이 꾸며낸 사기극”이라며 수사 파일 공개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 왔다.
앞서 하원은 공화당 의원 1명을 제외한 427 대 1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법안을 통과시켰고, 상원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대통령 서명으로 법안의 효력이 발효됨에 따라 법무부는 30일 안에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해야 한다.
이 법안은 법무부에 약 10년간 이뤄진 연방 차원의 엡스타인 수사 기록 거의 전부를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엡스타인의 오랜 파트너이자 공범으로 현재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길레인 맥스웰 관련 기록도 포함된다. 사건을 검토한 연방 판사에 따르면 이 자료는 약 10만 페이지에 달한다.
엡스타인은 2019년 7월 미성년자 성매매 연방 혐의로 기소됐으며, 같은 해 8월 교도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오래전부터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적힌 ‘엡스타인 고객 명단’이 존재하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엡스타인이 교도소에서 살해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당시 지지층 결집을 위해 엡스타인 관련 수사 기록을 공개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집권 이후 관련 자료 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마가 지지층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번 수사 기록 공개 법안에 서명한 것도 불리한 여론에 등 떠밀린 측면이 있다. 최근 미 연방의회 하원 감독위원회가 공개한 엡스타인 이메일 2300여건에 중 절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엡스타인이 2011년 4월 2일 맥스웰에게 “한 피해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내 집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고 적은 이메일도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 표결 전 트루스소셜에 “숨길 것이 아무것도 없다. 급진 좌파가 날조한 사기극에서 벗어날 때”라며 파일 공개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엡스타인 유력인사와 폭넓게 교류…美정가 후폭풍 불가피
엡스타인 파일이 공개되면 미 정가에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월가의 유명 금융인이었던 엡스타인은 정치·미디어·엔터테인먼트계 고위 인사들과 폭넓은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년 넘게 이어진 수사 기록에는 매우 많은 인물의 이름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널리 퍼져 있다. 동시에 단지 이름이 언급됐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에 연루됐다는 오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하버드대 전 총장 래리 서머스는 엡스타인과의 친분이 담긴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대학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교수직에서 휴가에 들어갔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는 엡스타인과 맥스웰을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 여성을 수차례 성착취했다는 의혹 등으로 왕자 작위를 박탈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법안 서명으로 “어쩌면 이 민주당 인사들과 엡스타인 사이의 진실이 곧 공개될지도 모른다”면서 민주당에 역풍을 경고한 상태다. 그는 “2019년 트럼프 행정부 법무부에 의해 기소된 엡스타인은 평생 민주당원이었고,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수천 달러를 기부했다”며 “빌 클린턴, 래리 서머스, 리드 호프만, 하킴 제프리스, 스테이시 플라스켓 등 민주당 인사들과 깊이 연관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