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더 큰 대가 치를 것"…중국, 경제·외교·문화 총공세 확대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0일, 오후 05:1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관련 발언으로 중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전방위 압박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19일 일본 도쿄 쇼핑가인 긴자를 관광한 뒤 투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AFP)


◇“다카이치 발언 철회 없으면 더 강력한 대응” 경고

중국 환구시보는 20일 ‘일본이 잘못을 바로잡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2주가 지났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가 마땅한 정치적 책임감을 발휘해 잘못된 발언을 명확하게 바로잡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발언 철회를 거부하고 도발 행동을 한다면 중국이 더욱 강력한 추가 대응을 이유와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논평은 특히 일본 정부의 해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못박았다.

신화통신 등 다른 중국 매체들도 “중국의 일본에 대한 반격은 이미 시작됐고, 더 많은 반격이 준비돼 있다”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 및 중국 내 일본 영화 개봉 중단에 이어, 중국과 일본 중앙·지방정부 간 우호 교류 행사가 무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한중일 3국 문화장관회의를 연기한다고 한국에 통보했다. 중국 장쑤성과 일본 후쿠오카현이 공동 추진해온 혁신·의료건강 교류 행사도 19일~20일 양일간 장쑤성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의 요청으로 돌연 연기됐다. 장쑤성은 지난 9월 후쿠오카현·아이치현·이시카와현 등에 초청장을 발송했으나, 이달 15일 ‘부득이한 사정’을 이유로 돌연 행사가 미뤄졌다고 알렸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주오사카 중국총영사관이 21일 히로시마시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중일 우호 기념행사를 전격 취소했고, 같은날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는 19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예정된 세미나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18일에는 일본 다카마쓰시가 중국 장시성 난창시로의 공식 방문단 파견 계획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에서도 장쑤성 쉬저우시가 지난 15일 우호 도시인 일본 아이치현 한다시 방문·시찰 일정을 없던 일로 했다.

가가와현 다카마쓰시와 장시성 난창시 간 공식 교류단 파견이 현지 사정으로 무기한 연기됐고, 강소성 쑤저우-아이치현 반다시 역시 상호 방문이 전면 취소되는 등 양국 지방행정 교류 전반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는 이날 중국 내 행사 24건이 현지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방정부뿐 아니라 비즈니스·무역 등 민간 분야까지 교류 단절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 허융챠오는 이날 오후 “일본이 계속 잘못된 길을 간다면 중국은 필요한 조치를 단호히 취할 것이며, 모든 결과는 일본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공식 경고했다.

◇“오키나와 원래 중국땅”…역사 논쟁까지 전방위 압박

이런 상황에서 중국 관영매체와 정부 공식 채널들은 학계를 통해 ‘류큐 열도’의 역사 및 법적 지위를 연일 재조명하고 있다. 중국은 류큐 열도가 원래는 독립된 류큐왕국이었으며, 중국 명·청에 조공을 바쳤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1879년 일본에 강제 병합돼 오키나와로 개명된 뒤에도 청 조정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청일전쟁에서 패배해 류큐왕국의 주권을 따질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게 중국 측의 주장이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근거해 류큐 열도를 일시 관리하다가 1972년 오키나와 반환 협정을 통해 일본에 이양했다. 하지만 중국은 1943년 카이로 선언과 1945년 포츠담 선언에 따르면 일본 영토는 4개 본토(혼슈·홋카이도·시코쿠·규슈)로 제한돼, 류쿠 열도의 법적 지위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 관련 연구를 적극 내놔야 한다고 중국 당국은 촉구하고 있다. 류큐 열도는 일본 내 미군 주둔지인 오키나와를 포함하고 있어, 이 지역을 둘러싼 분쟁은 자칫 동아시아 안보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예민한 의제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사진=AFP)


◇中관광객·경제피해 보도 온도차…일각선 문화 단절 우려도

중국의 일본 여행·유학 자제 권고와 관련해선 양국 언론 보도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한달 전까지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찼던 도쿄 백화점 면세 코너가 텅 비었고, 홋카이도 스키장은 한산하다”고 보도했다. 또 “도쿄 미츠코시 백화점, 아사쿠사 전통 체험관, 호텔, 야경 유람선 등 고부가가치 관광상품 예약이 줄줄이 취소돼 현지에서 ‘경제 한파’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본에선 호텔이나 항공편 취소 사례는 아직까지 단체 여행객에 그치고 있으며, 지난해 단체 여행객 방일 비중은 10%에 그친다는 점을 부각했다. 중국인들이 주로 입국하는 하네다 공항을 찾아 개별 여행객들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현지인의 목소리도 전했다. 유학생들의 대학 등록 취소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에 대해선 중국과 마찬가지로 크게 우려했다. 실제 일본 대형 백화점 체인인 미츠코시 이세탄의 주가는 전날 11.31% 폭락했고, 도쿄 디즈니랜드 모회사 주가도 5.68% 급락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연간 관광 수입이 2조 2000억엔 감소할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6%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중국에선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일본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단절될까 우려하는 모습도 감지된다고 전했다. 이미 한한령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다. SCMP는 “많은 젊은 중국인들이 일본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뿐 아니라 영화와 TV드라마까지 폭넓게 접하며 자랐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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