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사진=AFP)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이 아르헨티나 정부에 대한 총 200억달러 규모 구제금융 제공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관련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최근 이들 은행이 대규모 지원 대신 단기적이고 규모를 줄인 금융 패키지 제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전했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달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를 지원하기 위한 금융 구제책을 발표했다. 당시 지원 방안에는 아르헨티나와 미 재무부 간 200억달러 통화스와프 체결과 더불어 은행 주도 200억달러 대출 계획이 포함됐다.
그러나 10월 총선에서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 ‘자유전진당’(LLA·La Libertad Avanza)이 대승을 거두면서 아르헨티나 채권과 통화가 반등했고, 미 은행들의 대출 계획은 미 재무부의 보증 조건·담보 지침이 확정되지 않아 진전이 없었다.
이에 따라 미 은행들은 해당 대출이 더는 심각하게 고려되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앞서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도 “1000억달러 규모 외국자본이 아르헨티나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며 “아르헨티나는 은행 융자가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은행들은 현재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매매) 형태의 50억달러 단기 대출 방안을 집중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보유 자산을 담보로 은행들로부터 단기적으로 달러화를 대출받는 구조다.
단기 대출을 통해 지원받은 자금은 내년 1월 만기 도래 예정된 40억달러 규모의 채무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후 아르헨티나 정부는 은행들과 협력해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 수개월 내 대출을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장 상황이 바뀌어 아르헨티나가 신규 채권을 매각하거나 채권 발행이 실패해 추가 금융조달이 막힐 경우 상환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짚었다.
소식통은 관련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로, 구체적 조건이 변동되거나 무산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이 12월 초까지 외환보유고 확충 방안을 업데이트하겠다고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상태다.
미 은행권 지원과 별도로 미 재무부는 이미 밀레이 정부에 상당한 금융·외교적 지원을 제공했다. 미 재무부의 200억달러 통화스와프 활용 현황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9월 말~10월 말 사이 단기 외화스와프가 25억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은행은 구체적인 설명을 거부했다.
또한 미국은 국제통화기금(IMF) 보유 특별인출권(SDR) 약 9억달러 상당을 아르헨티나에 이전했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밀레이 대통령과 카푸토 장관의 개혁 원칙을 신뢰한다”며 구체적 지원 내역은 밝히지 않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29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아르헨티나와의 경제 다리(경제적 연결 고리) 덕분에 미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내 일부 전직 재무부 관리들은 아르헨티나에 대한 지원이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공개 저격했다. 1990년대 멕시코 등을 지원할 때와는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재무부 차관보를 지낸 브래드 셋서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자금이 실제로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 미 국민들의 세금이 사용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