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안을 보여주는 변동성지수(VIX)는 장중 28.27까지 치솟으며 10월 1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일부 되돌려 26.42로 마감했지만, 여전히 장기평균(19.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발표 당시인 4월에는 시장 혼란 속에 VIX가 60.13까지 폭등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발 낙관론이 단기적으로 공포심을 완화했지만, 시장에는 여전한 불안이 남아 있다”며 한동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날 실적 발표 직후 5% 이상 급등했던 엔비디아는 장 마감 때 3.2% 하락으로 뒤집혔다. 나스닥종합지수는 2.2%, S&P500은 1.6% 급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4.8% 급락, 마이크론 -11%, AMD -8% 등 반도체 섹터 전반이 급등락을 반복했다.
팩트셋(FactSet)은 이날 나스닥의 장중 변동폭이 “트럼프의 관세 발표가 시장을 뒤흔든 지난 4월 이후 최대폭”이라고 지적했다.
S&P500과 나스닥은 모두 100일 이동평균선에 딱 걸쳐 마감, 기술적 지지선 붕괴 가능성도 제기됐다.
시카고 DRW 트레이딩의 전략가 루 브라이언은 “오늘 시장은 말 그대로 ‘크레이지 데이’였다”며 “개장 후 2% 상승했다가 -1.6%로 끝난 S&P500의 움직임은 역사적”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실적이 촉발한 질문…AI 인프라 투자 과열 우려 자극
이번 조정이 엔비디아 실적 자체가 아니라, 엔비디아 실적이 촉발한 더 큰 ‘질문’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시장 조정의 핵심 배경으로 엔비디아 실적이 되레 ‘AI 인프라 투자 과열’ 우려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가 분기마다 올리는 수십억 달러의 매출은 결국 고객사들이 지출하는 막대한 비용이며, 이러한 투자가 언제 수익으로 전환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밝힌 2026년까지 5000억달러 규모의 칩 예약(order booking) 역시 산업 전반의 지출 부담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밀러 타박의 매트 말리 수석 시장 전략가는 “핵심 질문은 ‘AI가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일부 투자자들이 장기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3분기 매출의 61%가 상위 4개 고객사에 집중되며 고객·수요 집중 리스크가 커졌고, 이는 소수 빅테크의 투자 사이클에 엔비디아 실적이 과도하게 연동되는 구조다. 현재 AI 서버·데이터센터 투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몇몇 초대형 플랫폼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의 투자 사이클이 둔화하거나 비용 대비 성과에 의문이 커질 경우 엔비디아의 매출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매출채권 증가에 대한 우려도 시장 불안을 더했다.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킴벌리 포리스트 CIO는 “제품이 잘 팔린다고 한다면 왜 대금 회수가 더딘지 질문이 나오고 있다”며 수익성 구조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