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신 독일 국채"…대규모 재정지출에도 인기몰이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1일, 오후 04:4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주요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트리플A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독일 국채의 인기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재정지출에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 국채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가장 믿음직하다는 인식이 확산. 최우선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사진=AFP)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1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정부가 내년부터 대규모 재정지출을 본격화할 예정인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은 재정확대에 대한 우려보다는 국채 발행 증가로 유통량이 늘면 국채 투자가 더 쉬워질 것이란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독일 재무부는 향후 10년 간 인프라·국방 투자를 위해 1조유로 규모의 추가 재정지출을 예고했다. 이를 위해 대규모 국채 발행이 진행될 예정인데, 해외 투자자들이 국채 물량 증가를 시장 유동성 확대이자 접근성 개선으로 보고 있다는 게 닛케이의 설명이다.

독일 연방의회(하원)는 2026회계연도 예산안을 이달 안에 통과시킬 예정이다.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재정지출 집행 규모는 전년대비 4% 증가한 5245억유로로, 이 가운데 583억유로가 투자에 배정될 예정이다. 독일 정부는 앞서 5000억유로 규모의 인프라 투자 기금도 설립했다.

독일 국채의 투자 매력은 건전한 재정 기반과 높아진 희소성이다. 전통적으로 독일은 엄격한 재정규율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부채 규모가 작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27년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67%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여전히 유로존 평균(90%)이나 프랑스(120%), 이탈리아(137%)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국채 발행량도 많지 않아 투자 경쟁이 치열했다. 향후 재정규율이 느슨해질 것이란 우려도 사실상 전무하다고 닛케이는 부연했다.

독일 국채는 G7 중 유일하게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 모두에서 최고 등급(AAA)을 받은 채권이다. 반면 미 국채는 지난 5월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Aa1’로 강등했고, 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국 국채도 최근 잇따라 등급이 하향조정됐다.

이에 따라 독일 국채에 대한 분산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계 금융사 리소나홀딩스 시장기획부는 “신뢰할 수 있는 국채 시장이 축소되면서, 유로와 독일 국채 결합이 분산 투자 측면에서 핵심 축이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투자상담을 위해 기존 독일 금융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가 아닌 베를린을 찾는 해외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반적으로 재정지출 확대는 국채 금리(수익률) 상승 위험을 촉발한다. 하지만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7% 내외로 비교적 안정적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가 각각 3.4% 수준으로 오른 것과 대비된다.

유로화 강세도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가 엔화, 달러화 대비 각각 182엔, 1.15달러대를 넘어서며 1999년 도입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글로벌 자금 유입세가 견조하다는 진단이다.

독일 정부는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세수 증가 및 경제 안정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비용절감 효과와 경기부양 효과 등과 관련한 실효성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선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경기 자극 효과가 제한적”이라거나 AAA 등급 유지가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독일 내부적으론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 내역, 예를 들어 기후대응을 위해 베를린 시내에 2040년까지 나무 100만그루를 심는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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