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다카이치, 남아공 G20회의서 리창 中총리 만날까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2일, 오전 12:1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국이 연일 일본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2일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만남이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측은 리 총리와 다카이치 총리와 만남이 예정돼 있지 않고 거듭 선을 긋고 있어 양측이 상황 타개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로이터)
2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리창 총리가 일본 지도자와 회담할 계획이 없다”고 다카이치 총리와의 회담 가능성을 거듭 부인했다.

마오 대변인은 “일본 지도자가 대만에 대해 공개적으로 허위 발언을 해 한중일 협력 기반과 분위기를 파괴했다”며 일본 측을 비판했다. 중국은 지난 18일에도 양측 지도자 간 만남이 예정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오는 21∼24일 남아공을 방문한다. 이번 회의에는 리창 중국 총리도 참석이 예정돼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중국이 정상 간 회담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미리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앞서 중국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직후 왕이 외교부장이 아세안(ASEAN)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기싸움을 벌인 바 있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해협에 대한 무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자국민들에게 일본 유학·여행 자제 권고에 이어 일본산 수산물 중지를 통보하는 등 연일 강공 모드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본 내 공통된 시각이다. 그가 발언을 철회하면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줄여 미일 억지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또 출범 직후 중국의 반발에 태도를 굽혀 유약함으로 비칠 경우 보수층의 지지도 잃을 수도 있다.

아사히는 “중국이 G20 정상회의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리 총리 간 접촉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다카이치 행정부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 외교 당국도 G20에서 양측 간 대화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 총리가 함께 참석한 G20 정상회담에 대해서 “우리는 거절할 위치에 있지 않지만 상대방이 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이달 예정된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를 취소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를 인용해 중국 문화부가 오는 24일 마카오에서 열릴 예정인 ‘2025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를 잠정 연기한다고 지난 18일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는 2007년부터 거의 매년 열려 왔으며 최근 15회 회의는 지난해 9월 교토시에서 개최했다.

교도통신은 “연기 이유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대만 유사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 둘러싼 다카이치 총리의 국회 답변에 대한 대응 조치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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