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일라이 릴리, 비만 치료제 열풍에 시총 1조달러 돌파…제약업계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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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1월 22일, 오전 07:38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21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시가총액 1조달러(약 1500조원)를 넘어섰다. 기술 대형주 중심이던 ‘1조달러 클럽’에 제약사가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 폭발적 성장세가 배경으로 꼽힌다.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일라이 릴리 주가는 이날 장중 1066.65달러까치 치솟으며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상승폭을 줄이면서 종가기준으로 시총은 9499억달러를 기록했다.

릴리 주가는 올해 들어 35% 이상 급등했다. 지난 2년간 고효능 비만 치료제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비만·대사질환 분야가 헬스케어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 됐다.

릴리가 판매하는 티르제파타이드(제2형 당뇨병 치료제 ‘먼자로’, 비만 치료제 ‘제프바운드’)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머크의 항암제 ‘키트루다’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이 됐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당초 노보 노디스크(위고비)가 선도했으나, 공급 부족 등으로 공백이 생긴 사이 릴리가 임상 효능과 생산·유통 확대에서 우위를 확보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올해 3분기 릴리는 비만·당뇨 치료제 부문에서만 100억9000만달러 매출을 기록해 전체 매출(176억달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BMO캐피털마켓의 에번 시거먼 애널리스트는 “현재 주가는 릴리 대사질환 포트폴리오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보여준다”며 “비만 치료제 경쟁에서 릴리가 노보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월가는 2030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1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릴리와 노보가 대부분의 글로벌 매출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자들은 현재 릴리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 승인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GLP-1 계열 치료제는 이미 판매 신기록을 만들고 있으며, 오포글리프론은 기존 주사제가 개척한 시장을 그대로 흡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릴리는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해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격인하 압박은 단기 매출에는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최대 4000만 명의 비만 치료제 잠재 수요층을 새롭게 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이체방크의 제임스 신 애널리스트는 “릴리는 다시 ‘매그니피센트 세븐’(대표 기술주)과 비슷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며 “최근 AI 관련 기술주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체 투자처로서의 매력도 부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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