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파시스트냐?"…난처한 맘다니에 트럼프 "괜찮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2일, 오전 07:58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회동하고 뉴욕시의 주거·생활비 부담 완화 등을 논의했다. 그동안 거친 설전을 주고받아 온 두 사람은 예상을 깨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생산적인 첫 만남”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79)은 회동 후 “우리는 뉴욕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맘다니 시장 체제의 뉴욕이라면 다시 돌아가도 매우 편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맘다니를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보수층 일부가 놀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맘다니 당선인(34)도 “뉴욕 시민에게 감당 가능한 삶을 제공해야 한다는 공동 목표에 집중했다”며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왼쪽)을 만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했으며,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주거비 부담 완화, 공공 안전, 이민 단속 등 뉴욕시 정책 전반을 논의했다. (사진=AFP)
◇ “수개월 동안 ‘공산주의자’ vs ‘파시스트’ 설전…백악관서는 화해 모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맘다니를 “공산주의자”, “미친 급진주의자(communist lunatic)”라고 공격했고, 맘다니는 트럼프를 “독재자”, “파시스트 성향의 인물”이라고 맞받아쳤다. 맘다니는 민주사회주의자로 경제적 불평등 완화, 무상 보육, 임대료 동결 등 개혁적 공약을 내세워 민주당 내부에서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맘다니가 당선될 경우 뉴욕시 연방 지원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고, ICE(이민세관단속국) 단속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맘다니의 방침에 대해서는 “기소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까지도 맘다니의 출생지를 문제 삼으며 “불법 체류자일 수 있다”고 공격한 바 있다. 맘다니는 우간다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뉴욕으로 이주한 귀화 시민이다.

그러나 이날 두 사람은 과거의 발언을 부정하며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기자들이 맘다니에게 “여전히 대통령을 파시스트로 보느냐”고 묻자 맘다니가 난처해하자, 트럼프는 대신 “괜찮다, ‘그렇다’고 해도 된다. 기분 나쁘지 않다”고 응수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난 더 심한 말도 많이 들어봤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또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지자 “그냥 설명할 필요 없다”며 맘다니를 거듭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기후 정책 등으로 비판받아 온 맘다니가 워싱턴까지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질문에는 “문제 없다. 여기 오는데 비행기 타는 게 뭐가 이상한가”라며 대신 나서기도 했다.

◇“생활비 완화 공감”…에너지 요금 인하·주택 공급 확대도

두 사람의 공통 관심사는 뉴욕의 ‘생활비 위기(affordability crisis)’였다.

맘다니는 “힐사이드 애비뉴(퀸스), 포드햄 로드(브롱크스)에서 만난 트럼프 지지자들조차 생활비를 가장 큰 위기로 꼽았다”고 전했다. 이에 트럼프는 “콘에디슨(뉴욕 전력·가스 회사)부터 요금을 낮추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맘다니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트럼프는 “맘다니가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나도 똑같이 생각한다”며 “많은 집과 아파트가 새로 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맘다니의 유권자 중 일부도 나를 지지했다고 들었다”며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맘다니가 “대략 10%”라고 정정하자, 트럼프는 “괜찮다. 문제 삼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화·민주 모두가 주목…확산되는 ‘맘다니 효과’

이번 회동은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맘다니의 ‘생활비 중심 포퓰리즘 메시지’가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현상을 ‘맘다니 효과(Mamdani effect)’로 지칭하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제임스 블레어 정무·정책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맘다니가 선거에서 성공한 이유는 생활비라는 단일 메시지에 가차없이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역시 맘다니와 거리를 둬 왔지만, 그의 높은 지지율이 ‘경제 메시지’의 위력을 입증하면서 향후 전략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의견 충돌이 분명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뉴욕”이라며 “이 도시가 훌륭해지고 그가 성공한다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맘다니도 “쟁점이 아닌 공동의 목적에 집중했다”며 “뉴욕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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