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은 실제 하는 공포일까? 아니면 AI 혁신의 초입에서 발생한 해프닝일까?’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짚어봐야 할 ‘거품의 근거’와 ‘혁신의 증거’를 소개했다.
(사진=AFP)
AI 거품론은 AI 기업들이 막대한 인프라 투자에 걸맞은 수익을 아직 충분히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시작했다. 여기에 AI 기업들이 서로가 서로에 투자하는 순환 구조로 성장하고 있는 데다 실제 AI 기술의 성숙도나 업무 현장에서 확산 속도는 느리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과열’ 신호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실제 챗GPT 등장 이후 3년간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관련 자본지출(Capex)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정작 챗GPT를 포함해 경쟁 AI 서비스들은 매년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JP모간은 “2030년까지 예상된 AI 투자가 연 10% 수익률을 내려면 연간 추가 매출 6500억달러(약 957조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2024년 전체 매출보다 두 배 더 많은 수준이다.
AI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들 간 ‘순환 투자’ 구조도 거품론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이런 구조로 실제 수요 없이도 매출과 밸류에이션을 부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오픈AI·엔비디아·오라클 사이에서 이뤄진 대규모 계약이 대표적이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투자를 하면 오픈AI가 이 돈으로 오라클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요청하고, 오라클이 다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AI 칩을 엔비디아에서 구매하는 식이다.
AI 성능이 실제 산업 현장의 기대에 못미친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AI 리스크 연구단체 센터포AI세이프티와 스케일AI가 공동 수행한 시험에서 상위 AI 모델들이 수행한 업무 과제의 성공률은 2.5%에 불과했다. 해당 과제에는 △영상광고 제작 △인테리어 설계 △문서 기반 업무 처리 등 실제 원격 근로자에게 맡길 수 있는 업무들이 포함됐다. 지난달 발표된 예일대 연구도 “AI가 아직 노동시장에 의미 있는 수준의 충격을 가하지는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 11월 맥킨지는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글로벌 기업 가운데 약 3분의 2가 아직 AI 도구를 전사적으로 확대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챗GPT 사용자 8억명…“AI 게임, 이제 3호 초 시작일 뿐”
반면 AI거품론을 반박하는 측에선 챗GPT의 사용자 기반 확대, 엔비디아의 견조한 실적, 성능 고도화 속도 등을 감안하면 ‘버블’보다는 ‘확장기’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AI 열풍을 촉발한 챗GPT는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오픈AI에 따르면 최근 챗GPT의 주간 활성 이용자는 8억명을 돌파했다. 소셜미디어(SNS) 서비스 틱톡이 월간 10억 이용자에 도달하는 데 5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AI 챗봇의 확산 속도는 전례가 없다.
AI 생태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실적은 ‘AI 거품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엔비디아는 최근 분기 매출이 570억달러,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하며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요가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수라는 점에서, 엔비디아의 실적은 AI 산업의 실질적 시장 규모 확대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꼽힌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 거품이라는 말이 많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며 AI 거품론을 정면 반박했다.
AI의 성능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METR 연구에 따르면 AI가 ‘대부분의 경우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난이도’는 7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이 테스트는 단순 작업부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까지 난이도를 단계적으로 높여 AI의 실제 작업 능력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AI가 단순 대화형 도구를 넘어, 점차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AI 거품론에 대해선 투자 전문가들도 의견도 갈리고 있다. 모비우스캐피털의 마크 모비우스 창업자는 일부 기업의 AI투자가 과도하다는 점을 짚으며 “조정이 발생하면 상위 AI 기업들의 주가가 최대 40%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 강세론자로 유명한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이자는 “AI 버블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며 “엔비디아의 이번 호실적은 AI 혁명의 또 다른 검증 지점이며, 지금 우리는 AI 게임의 3회 초입에 들어선 상황일 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