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조기 레임덕?…공화당 ‘거리두기’ 조짐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3일, 오후 05:41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이달 초 치른 지방선거 참패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독자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맹목적 충성’보다 ‘생존 전략’이 더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이미 약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트럼프 이후를 내다보기 시작한 공화당 의원들’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상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수사 기록 공개에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진 것을 언급하며 “레임덕 초기 증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11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 의사당에서 열린 엡스타인 수사 파일 공개 관련 기자회견에서 공화당 소속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이 발언하고 있다.(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엡스타인 의혹은 민주당이 꾸며낸 사기극”이라며 수사 파일 공개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 왔다. 그는 201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돼 수감 중 사망한 엡스타인과 과거 친분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도 엡스타인 논란이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최대 악재라고 판단, 논란 확산을 막아왔다.

따라서 최근 공화당 의원들의 변화는 트럼프 시대 이후를 염두에 두고 내년 중간선거에서의 ‘자기 자리 보전’에 나서고 있다는 가장 뚜렷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는 설명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엡스타인 문서 공개 법안을 밀어붙인 공화당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은 표결을 앞두고 ABC방송 인터뷰에서 “엡스타인 법안 표결 기록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보다 더 오래 남는다”고 경고했고, 실제로 공화당 의원들이 동조를 이끌었다.

이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국면에서 필리버스터를 없애라고 요구했을 때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이를 거부했으며, 일부 주에서는 하원 선거구를 공화당에 유리하게 다시 그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주요 정책 추진에도 무조건적인 찬성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매 연루’ 명목의 선박 타격 작전을 의회 승인 없이 지속하는 데 대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의회 승인 없이도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배당 지급을 추진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은 내년 각 주의 후보 등록 마감과 예비선거가 지나면서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참모였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경제나 지지율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무조건 따라갈 이유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각 주의 예비선거 등록 기간이 지나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선 배제’ 가능성이 사라지면, 그 흐름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극우 성향 핵심 지지층을 기반으로 여전히 당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약세 신호가 나올 때마다 기사회생해온 과거를 떠올려야 한다는 경계론도 나온다고 NYT는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수천만 명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을 기반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선거를 앞두고도 공화당 의원들에게도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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