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에선 다른 나라서 한 동성결혼도 인정해야" 판결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6일, 오전 08:05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다른 회원국에서 한 동성 결혼도 인정해야 한다고 EU 최고 법원이 판결했다.

EU기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를 결합한 깃발. (사진=AFP)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사법재판소(ECJ)는 독일에서 동성결혼한 뒤 폴란드로 이주해 폴란드에서도 혼인신고하려 했던 커플이 이를 거부 당하자 폴란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동성커플은 독일에서 거주하던 중 2018년 베를린에서 결혼했고 이후 폴란드로 이주했으나, 폴란드법은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인 신고를 거부당했다. 이 커플이 제기한 소송에서 ECJ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폴란드는 다른 서유럽 국가들과 달리 동성결혼과 낙태 등을 금지하고 있다. 폴란드의 중도 정부는 동성 커플의 ‘시민 파트너십’ 허용을 추진했지만 보수 성향의 연정 파트너에 의해 수차례 좌절된 바 있다. 동성결혼 및 낙태는 폴란드 선거마다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다른 EU 회원국에서 동성결혼을 한 부부는 사실상 폴란드에서도 동성결혼을 인정받게 됐다.

ECJ는 “이들은 EU 시민으로서 회원국 내에서 이동하고 거주할 자유를 누리며, 그런 자유를 행사할 때나 본국으로 돌아갈 때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폴란드의 혼인 신고)거부는 EU법에 위배되며 이동과 거주의 자유뿐 아니라 사생활과 가정생활을 존중받을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ECJ는 폴란드가 동성결혼을 허용하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EU 회원국 중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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