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년 외국인 4인 가족 입장료 ‘65만원’ 논란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6일, 오전 08:18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이 내년부터 외국인의 국립공원 입장료를 대폭 인상한다. 인기 국립공원에서는 외국인에게 기존 요금 외에 1인당 100달러의 추가 요금이 부과돼 부담이 크게 늘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립공원청(NPS) 예산을 대폭 삭감한 가운데 외국인 요금 인상을 추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내무부는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새 요금 정책에서 외국인 대상 국립공원 연간패스 가격을 현행 80달러에서 250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미국 시민권자·영주권자의 연간패스 가격은 변동이 없다.

연간패스를 구매하지 않는 외국인은 인기 국립공원 11곳에서 기존 입장료 외에 1인당 100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 대상 공원은 아케이디아, 브라이스캐년, 에버글레이즈, 글레이셔, 그랜드캐년, 그랜드티턴, 로키마운틴, 세쿼이아·킹스캐년, 옐로스톤, 요세미티, 자이언 등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그랜드캐년에서는 인상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이를테면 그랜드캐년의 경우 기존 차량 입장료는 35달러다. 내년부터 외국인에게 1인당 100달러의 추가 요금이 붙어, 연간패스가 없는 외국인 4인 가족은 총 435달러(약 65만원)를 내야 한다.

내무부는 “미국 납세자는 이미 국립공원 체계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만큼, 미국 거주자에게는 합리적 요금을 유지하고 외국인은 공원 보전·유지 비용에 더 많이 기여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인 차등 요금제를 도입한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립공원청 예산 삭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6 회계연도 국립공원청 예산을 10억달러 이상 삭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3분의 1 이상 줄어드는 수준이다. 예산 삭감과 입장료 인상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공원 유지 재원을 메우는 구조가 된 셈이다.

새 요금으로 발생하는 추가 수입은 방문객 시설 개선, 공원 유지·보수, 서비스 확충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내무부는 디지털 연간패스 도입과 함께 이용자 신분 확인 절차도 강화해, 미국 거주자 요금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정부 발급 신분증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료입장일 정책도 바뀐다. 내년에는 미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10일의 무료입장일이 운영되지만, 외국인은 이 날에도 요금을 내야 한다. 기존에는 무료입장일에 국적·거주지와 관계없이 모두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외국인에게만 높은 요금을 부과할 경우 미국의 국립공원에 대한 관광수요도 위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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