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늘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향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밝혔다. 다만 평화 협정이 성사 단계에 이를 때까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와의 회동을 기다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8월 푸틴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회담과 같은 성급한 만남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계획을 확보하려는 또 다른 노력의 일환으로 특사 위트코프를 모스크바로 보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게 하겠다고 했다. 위트코프는 부동산 사업가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위트코프는 지난 10월 푸틴 대통령의 외교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와의 통화에서 “가자지구 협상 방식을 본보기로 삼아 평화안을 설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통화에서 잠재적 영토 교환 가능성을 언급하며 “비관적 접근 대신 희망적으로 대화를 이어가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미국이 제안한 19개항짜리 수정 평화안이다. 이는 지난 8월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트럼프-푸틴 회담에서 논의된 28개항 초안에서 일부 조정된 버전이다. 초기 안은 러시아에 유리한 양보 조항이 많아 유럽 동맹국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강한 반발을 샀지만, 새 안은 좀 더 모스크바에 불리한 방향으로 손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진행되는 사이 미 육군 장관 댄 드리스콜은 아부다비에서 우크라이나군 정보국장 및 러시아 대표단과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이번 논의는 휴전 절차와 향후 평화 이행 조건을 조율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에 동의했다. 몇 가지 ‘사소한 세부 사항’만 조율하면 된다”며 합의가 상당 부분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하지만 영토 문제와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등 핵심 쟁점이 남아 있어 신중론도 여전하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점령을 시도해온 도네츠크주와 크림반도 등과 관련한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군 규모를 80만명으로 제한하는 조건에는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유럽과 제네바에서 논의한 합의안의 핵심 조건에 대해 ‘공동의 이해’에 도달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11월 말 이전에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최종 합의를 도출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 측 수정안이 알래스카 회담 당시 양측이 도달했다고 여겨지는 ‘핵심 이해’를 무시할 경우 협상을 재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합의했다고 생각한 이해가 삭제된다면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아직 공식 문서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럽 각국은 신중한 낙관론을 보였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초안의 대부분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며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강력한 지원체계가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도 통화에 참여해 대서양 횡단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강요하는 합의는 러시아의 확장을 부추기고 유럽 전체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며 “영토 양보는 오직 키이우만 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평화 중재 시도는 전쟁 4년 차를 맞은 현 시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핵심 쟁점에서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만큼, 실제 휴전 성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러시아는 협상 움직임 속에서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습해 에너지 인프라와 주거지를 파괴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 6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을 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