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전영국(영화국)은 일본과의 외교 갈등이 본격화한 이후 일본 영화에 대한 신규 심사 및 승인을 전면 중단했다. 이미 승인을 받았던 작품들도 최소 6편의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짱구는 못말려’, ‘일하는 세포들’, ‘명탐정 코난’ 등 인기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영향을 받았다.
영화·극장 산업 컨설팅업체 아티스탄 게이트웨이에 따르면 지난 14일 개봉한 ‘귀멸의 칼날’은 개봉 첫 주말에 4990만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려 일본 영화 중 역대 최고 수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은 16일까지 사흘 간 누적 흥행 수입 3억 8000만위안을 올렸으나, 17일엔 극장 상영 취소 및 티켓 환불 등으로 흥행 수입이 2000만위안 줄었다고 전했다.
코스프레 차림으로 영화관을 찾으며 글로벌 문화현상 일부가 된 것에 들떠 있던 중국 팬들은 나흘 만에 중국 당국의 제동으로 차갑게 식었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대중문화 전문가 매트 올트는 “일본은 지금 면도날 끝을 걷고 있다”며 “중국 검열 당국이 언제 ‘망치를 내리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간다외국어대학의 제프리 홀 강사는 귀멸의 칼날이 아직 극장에서 내려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중국 내 엄청난 인기를 감안하면 귀멸의 칼날을 영화관에서 내리면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이미 전 세계 티켓 판매가 상당해 일본 측 피해도 제한적”이라며 “중국은 실제 결과보다 ‘일본을 강하게 처벌하는 것처럼 보이는’ 외형 자체를 더 중시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도 “약 10년 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으로 금지된 한국 콘텐츠 공백을 일본 애니메이션이 메웠다”며 “일본 콘텐츠 제한·취소 조치가 한한령처럼 전면 금지로 이어질지, 어느 정도 범위로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등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직접적인 ‘본보기’가 된 일본 영화들과 달리, 아직까지 중국 내 일본 콘텐츠 제한은 규모가 작은 콘서트 및 행사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 아이돌 그룹 ‘W-inds’의 대형 공연은 아직 영향을 받지 않고 있으며, 가수이자 송라이터 하마사키 아유미의 상하이 콘서트도 오는 29일 여전히 개최가 예정돼 있다. 취소 범위도 도시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수도인 베이징 공연이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다.
이미 경기가 약화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소비 진작 노력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빌리빌리, 텐센트가 운영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인기가 급증했고, 이는 소니그룹의 빌리빌리 투자로 이어졌다. 스튜디오 지브리도 알리바바그룹 산하 영화 부문과 제휴를 맺었다. 중국 공연 기획자 크리스티안 피터센-클라우센은 “중국 경제가 다음 단계로 성장하려면 안정과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소극적인 중국 당국의 움직임은 중국 젊은층의 ‘한일령’ 우려와 맞물려 일본 애니메이션 수요를 더욱 높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선 귀멸의 칼날 상영이 중단되기 전에 서둘러 관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광저우 영화관에서 귀멸의 칼날을 관람한 제미니 샤오(20)는 블룸버그에 “영화가 내려간다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현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 지침을 따르며 어느 정도 협조하는 게 최선”이라면서도 “아직 보지 못한 친구들은 영화가 내려갈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