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게임체인저'로 돌아온 구글…‘잠자는 거인’에서 ‘주도권 경쟁자’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26일, 오후 07:05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인공지능(AI) 칩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폭발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구글이 메타 플랫폼스와 자체 칩인 텐서처리장치(TPU·Tensor Processing Unit) 도입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면서, 엔비디아가 장악해온 AI 칩 생태계에 구조적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AI칩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에서는 내부 경쟁이 더욱 과열되며 ‘칩 패권’을 둘러싼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고, 이러한 치열한 경쟁이 다른 나라와 기술 격차를 더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지=챗GPT 생성)
미국 IT 전문매체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메타는 구글 TPU를 자사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계약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2027년부터 자체 데이터센터에 TPU를 투입하고 내년에는 구글 클라우드에서 칩을 임대하는 방식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협상이 최종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메타는 TPU를 AI 모델 학습(training)에 활용할지, 혹은 연산 부담이 비교적 낮은 추론(inference)에 투입할지를 놓고 여러 시나리오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구조를 일부라도 전환할 경우, 빅테크 전반의 연산 인프라 전략이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글은 이미 AI 모델 개발사 앤스로픽과 최대 100만개 규모의 TPU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메타까지 협력 후보군에 올리면서 칩 사업 외연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는 구글의 TPU가 내부 실험용 칩에서 글로벌 AI 연산 시장의 또 다른 선택지로 올라서는 분기점으로 볼 수 있다.

아담 설리번 코어사이언티픽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미국 AI 시장을 움직이는 두 축은 구글과 엔비디아”라며 “두 회사 모두 연산 인프라 확보를 위해 사실상 ‘무제한 경쟁’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구글 TPU는 특정 AI 작업에 최적화된 전용집적회로(ASIC) 기반 칩으로, 대규모 병렬 연산을 강점으로 하는 엔비디아 GPU와 구조적으로 다르다. 전력 효율과 특정 작업 성능은 TPU의 장점이지만, 구글 클라우드 환경을 벗어나 활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구글은 이 같은 약점을 풀스택(full-stack) 전략으로 보완하고 있다. 모델(제미나이)·애플리케이션·클라우드 인프라·칩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 제공해 가격·성능 측면에서 엔비디아 대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검색·유튜브·안드로이드 등 방대한 데이터 자산도 모델 성능 개선에 강점으로 작용한다. 폭넓은 수직계열화가 구글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관련 보도에 대해 “구글의 성공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표면적으로는 축하의 메시지를 냈다. 그러면서도 “엔비디아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다. 전 세계 모든 AI 모델을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하며, 구글·메타 협력설의 파장을 애써 평가절하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1.6%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반면 엔비디아 주가는 2.6% 급락했다. 토머스 후손 포레스터 애널리스트는 “제미나이 3는 구글이 다시 경쟁 중심으로 복귀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AI 칩 시장에서도 구글의 영향력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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