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EU 의원들에게 “처음부터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편에 서서 단계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E
이같은 발언은 급박하게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과정에서 유럽의 입장을 반영하려는 움직임 속에 나왔다. 미국이 당초 내놓은 종전안이 러시아와 밀실 협상 끝에 러시아에 유리한 내용으로 채워지자 이에 놀란 유럽은 미국을 설득해 수정을 시도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사진=AFP)
그는 이어 “상황이 불안정하고, 위험하지만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기회도 있다고 믿는다”며 난항에 빠진 러시아 동결 자금 활용 방안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럽의 납세자만이 비용을 떠안는 시나리오는 생각할 수 없다”며 EU 집행위원회가 벨기에를 설득하기 위한 ‘법적 문건’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벨기에가 끝내 반대할 경우 EU가 공동으로, 또는 회원국들이 자체적으로 채권 등을 조달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다른 방안들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일단 벨기에 설득이 우선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향후 평화협정의 설계가 어떠하든, 그 이행의 상당 부분은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파트너들의 몫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며 “우리가 견지하는 원칙은 ‘우크라이나 없는 우크라이나에 관한 결정은 안된다는 것’, ‘유럽 없는 유럽에 대한 결정은 안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역내에서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일부를 활용해 돈줄이 마른 우크라이나에 향후 2년 동안 1천400억 유로(약 233조원)를 무이자 대출하는 ‘배상금 대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벨기에의 반발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EU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대부분은 벨기에에 있는 중앙예탁기관(CSD)인 유로클리어에 묶여 있는데 벨기에는 향후 법적 책임을 떠안을 수 있고 러시아의 보복을 살 수 있다며 완강히 반대한다.
지난주 미국이 공개한 우크라이나 종전안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가운데 1천억달러를 우크라이나 재건·투자사업에 쓰고 수익의 5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조항이 포함되자 유럽은 한시라도 빨리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당국자는 폴리티코 유럽판에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다른 이들이 먼저 움직일 것”이라며 러시아 동결 자금 활용에 대해 시급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당국자들은 내달 18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타결 짓기를 기대하면서 현재 벨기에 측과 협상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