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사진=AFP)
월가에서는 일본의 금리 상승이 미국 투자자금을 빨아들이는 등 미 국채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국채금리는 미국 경제 전반의 차입 비용과 각종 금융자산 가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일본은 9월 기준 약 1조 20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한 미국 최대 해외 채권국이다. 일본의 민간 투자자들은 최근 몇 년간 자국보다 높은 수익률을 찾아 미국을 포함한 해외 채권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해왔다. 특히 올 들어 일본 금리 인상 기대감으로 일본 국채 금리가 올랐고, 미국에서는 고용 시장 냉각 등으로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이 반대로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그 결과 미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내려갔고, 위험자산 선호 현상에 주식시장도 힘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지속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리서치회사인 크레디트사이트의 잭 그리피스 수석 전략가는 “미국 국채금리가 정해진 경로를 따라 꾸준히 내려온다는 생각에 많은 투자자들이 안도하고 있었다”며 “오늘은 그 흐름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점을 다시 상기시키는 날”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를 확산시켰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로 금리가 높은 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일본은행이 정책 금리를 인상하면 엔화를 빌려 투자한 사람들이 환손실을 피하기 위해 상환에 나서는데 이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고 한다. 지난해 여름 ‘블랙 먼데이’ 당시에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등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대거 청산되며 글로벌 금융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은 바 있다.
이 여파로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90% 내린 4만7289.33에 마감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53% 밀린 6812.63에 마무리됐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0.38% 내린 2만3275.92에 거래를 마쳤다.
일각에선 건강한 조정이란 의견도 제시한다. 라퍼 텡글러 인베스트먼트의 낸시 텡글러는“풍선에서 약간의 공기를 빼주는 것은 항상 건강한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우에다 BOJ 총재는 공개행사에서 “내외 경제·물가 정세와 금융·자본시장의 동향을 다양한 데이터와 정보를 토대로 점검·논의하고 금리 인상 여부를 적절히 판단하고자 한다”고 밝혔는데, 시장은 사실상 이를 금리 인상 ‘예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BOJ는 올해 1월 0.25%에서 0.50%로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한 이후 올해 10월까지 6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우에다 총재 발언에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교환하는 익일물 금리스와프(OIS) 시장 기준 BOJ가 12월에 금리 인상에 나설 확률은 약 75%로, 전주 말 약 60% 미만에서 대폭 상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