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닥치고 日에 투자"…"'셀 재팬' 국면 속 설득력 없어"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02일, 오전 11:3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나에게 모든 것을 투자하라(Just shut your mouths. And invest everything in me).”

2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전날 도쿄도에서 열린 국제투자회의에서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주인공 대사를 영어로 인용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일본에 대한 투자를 촉구한 것이지만, 닛케이는 “‘셀 재팬’(일본 자산 매각) 국면에서 나온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재정건전성 및 엔저 우려,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 논란이 겹친 현 상황에선 오히려 시장 우려를 가볍게 여기는 듯한 뉘앙스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에다 가즈오(왼쪽) 일본은행(BOJ) 총재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AFP)


앞서 우에다 카즈오 BOJ 총재는 전날 나고야에서 열린 경제단체 연설에서 12월 금리인상 가능성 시사했다. 그는 “다음 회의에서 금리인상의 ‘장단점’을 검토하고 인상 여부를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BOJ는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우에다 총재가 지금까지 발언 중 가장 명확하게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해석했고, 이는 일본 증시 하락·국채 금리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으로 이어졌다. ‘일본도 저금리 시대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인식과 함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부각됐고,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56엔대에서 154.67엔까지 떨어졌다(엔화가치는 상승)

하지만 닛케이는 “BOJ가 금리인상 쪽으로 방향을 튼다고 해도 엔저(엔화 약세) 국면은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물 가능성이 큰 데다, 다카이치 총리가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최근의 엔화 약세는 일본 정부의 재정악화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 일본의 정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어서 주요국 가운데 최악 수준이다. 순부채(정부 금융자산을 차감한 기준)로 보면 부담이 낮아지지만, 시장은 정부가 보유 자산 매각 의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는 한 순부채는 이론상 숫자일 뿐이라고 간주한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은 “일본 국채와 엔화를 동시 매도하는 최근의 움직임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경고음”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BOJ의 통화정책이 일본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우에다 총재는 “금리인상은 어디까지나 완화적인 환경 안에서의 조정”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12월 금리인상을 단행하더라도 본격적인 긴축은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CNBC 등은 BOJ가 공식적으로는 정부와 역할 분담을 주장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BOJ가 금리를 천천히 올리고 실질금리가 계속 마이너스라면, 엔화 자산의 매력은 여전히 낮다는 게 닛케이의 설명이다. 즉 당장은 미일 장기금리 격차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엔저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진 못했다는 얘기다. 추세적 엔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해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재정·통화정책의 일관성과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닛케이는 “엔저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도 BOJ는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해 왔고, 다카이치 내각은 대규모 재정지출을 추진하고 있다. 구조적인 엔저는 당연한 결과인데도 환율 개입으로 시장 혼란만 야기해 왔다”며 “BOJ가 뒤늦게 금리인상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일본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와의 정합성은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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