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젠, 'CG-P5' 임상 1상 결과 공시 또 지연…일부 지표 누락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03일, 오후 06:28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케어젠(214370)이 혁신신약 개발사로 거듭나기 위해 추진한 습성황반변성 치료제 'CG-P5'의 임상 1상 결과 공시가 또 지연됐다.

앞서 케어젠은 임상 종료 예상 시점을 세 차례에 걸쳐 총 11개월 지연했으나 지난달 26일 회사 공지를 통해 이날 해당 임상의 결과를 지체 없이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케어젠은 이날 일부 지표만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뒤 전체적인 임상 결과 데이터를 공시하지 않아 또 한 번의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케어젠 CI (사진=케어젠)




◇ 헤드 투 헤드 임상인데 아일리아군 핵심 수치 비공개



케어젠은 1일 오전 11시 53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임상은 미국 6개 병원에서 CG-P5·아일리아·위약군 각 15명씩 총 45명의 중증·치료경험 환자를 대상으로 CG-P5를 12주간 1일 1회 30㎎ 자가 점안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준치료제 아일리아를 대조군으로 한 ‘헤드 투 헤드’ 설계를 통해 안전성을 1차 지표로 유효성 평가를 2차 지표로 설정한 점이 바이오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헤드 투 헤드 임상시험은 특정 치료제 또는 의료기기가 기존 표준 치료제(대조군)와 직접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의미한다. 단순히 신약이나 신기술이 효과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을 넘어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경쟁 제품과 비교해 동등하거나 우월한 성능을 입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도자료 내용을 종합해 보면 헤드 투 헤드 임상임에도 정작 아일리아군 수치 상당수가 비공개 상태였다. 아일리아 대비 비열등성 판단에 필요한 결정적 수치가 대부분 드러나지 않았다. 따라서 CG-P5의 아일리아 대비 비열등성이 통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나 위약 대비 의미 있는 효능 신호는 보였다.

1차 지표인 내약성과 안전성에서는 양호한 결과를 보였다. 중대한 이상반응(SAE)은 CG-P5 투여군에서는 보고되지 않았다. 위약군에서만 2건이 발생했다. 안구 내 염증 반응을 비롯해 활력징후, 혈액.생화학.요검사에서도 특이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CG-P5 투여군에서는 약물 관련 이상반응이 5건 보고됐다. 하지만 모두 안구 자극감·점안 부위 불편감 등 경미한 수준이었고 약물 투여 종료 후 자연 소실됐다. 특히 광간섭단층활영(OCT) 기반 구조 분석에서도 완전한 망망색소상피(RPE)·외망막 위축(cRORA)을 가진 고위험 환자에서도 망막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는 보도자료상 서술형 보고를 참고해 해석한 부분이며,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수치나 변화량, 비교 통계는 공개되지 않았다. 임상시험결과보고서(CSR)을 통해 안압(IOP), 안내 염증 등에 대한 세부 안전성 지표의 정량적 데이터를 추가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위약 대비 효과는 확인…핵심 지표 누락에 거래소 '제동'



유효성 관련 수치는 대부분 아일리아군 수치가 누락돼 CG-P5와 직접 비교가 어려웠다. 다만 위약 대비 효과 신호는 확인할 수 있었다. 황반중심두께(CST), 중심망막두께(CRT), 총황반부피(TMV) 등 주요 구조 지표는 중앙 판독 분석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결과치가 아예 빠져있었다. 해당 지표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구조적 핵심 지표로 요구하는 지표들로 여겨진다.

최대교정시력(BCVA)의 경우 CG-P5 투여군은 +0.2글자(letters)로 개선된 반면 위약군은 –8.4글자(letters)로 감소하며 악화됐다. 두 군 간 차이는 약 8.6글자(약 2줄)로 시력 악화를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시력 개선 효과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운 수치였다. 여기서 아일리아군의 수치는 공개되지 않아 아일리아와 CG-P5의 효능을 비교할 수는 없었다.

CG-P5 투여군은 신생혈관(CNV) 병변 크기에서 –0.481로 감소해 위약군의 –0.113보다 더 큰 폭의 변화를 보였다. 아일리아 투여군은 –0.045로 CG-P5 투여군의 개선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단 P값이 기재돼 있지 않아 통계적 유의성과 임상적 의미를 파악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구조 치료(Rescue Medication)의 경우 CG-P5 투여군은 15명 중 2명(13.3%)만이 구조 치료를 필요로 한 반면 위약군은 15명 중 7명(46.7%)이 추가 치료를 받았다. 환자 상태가 악화돼 추가 주사를 받은 환자 비율이 위약군에 비해 현저히 적게 나타난 셈이다.

케어젠 측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으로부터 분석보고서를 받았으나 CST, CRT, TMV 등 3개 지표가 누락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케어젠은 한국거래소에 해당 지표를 제외하고 임상 1상 결과를 공시한 뒤 추후 데이터 확보 뒤 정정 공시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완전한 최종 결과보고서를 요구하며 지연 공시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케어젠은 이날 오후 5시 13분 이번 임상의 CSR 수령 일정을 11월 30일에서 12월 31일로 조정한다는 정정 공시를 올렸다.

케어젠 관계자는 "임상 1상 결과 공시가 지연되더라도 올해를 넘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BTD신청·임상 2상 IND 제출 계획…"기술 이전도 협의 중"



케어젠은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FDA에 임상 2상 시험계획(IND)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임상 2상에서는 적응증을 건성 황반변성(Dry AMD), 아일리아 병용요법(Combination Therapy), 신규(Naïve) 환자 대상 임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건성 황반변성 임상 2상은 내년 1분기 내에 IND를 제출해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케어젠은 FDA와 협의를 바탕으로 혁신신약지정(BTD) 신청도 추진하고 있다.

케어젠은 현재 CG-P5의 글로벌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을 위한 복수의 해외 제약사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케어젠은CG-P5의 조기 상업화를 위해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유니더와 전략적 제휴도 체결했다. CG-P5가 허가 즉시 상업 생산이 가능하도록 공급망 구조를 갖추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정용지 케어젠 대표는 "매우 난이도가 높은 임상 1상이었음에도 시력 악화 억제, CNV 감소, 구조치료 감소 그리고 cRORA 환자에서의 구조 안정성은 경쟁약 대비 명확한 차별화가 된다"며 "CG-P5는 세계 최초의 강력한 점안형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수용체(VEGFR-2)·항-CNV 치료제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케어젠은 임상 2상에서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