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가성비 높인 '트레이니엄3' 공개…엔비디아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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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2월 03일, 오전 09:5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아마존이 전력 효율성을 대폭 개선한 자체 인공지능(AI) 칩을 선보이며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AI 칩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사진=AFP)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연례 클라우드컴퓨팅 콘퍼런스 ‘리인벤트(re:Invent) 2025’에서 컴퓨팅 성능은 높이고 전력 소모는 줄인 자체 AI 칩 ‘트레이니엄3’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AWS는 트레이니엄3를 활용하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할 때보다 AI 모델 훈련·운영 비용을 최대 5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부각했다. 맷 가먼 AWS 최고경영자(CEO)는 “트레이니엄3는 대규모 AI 훈련과 추론 분야에서 업계 최고의 비용 효율성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AWS는 또 트레이니엄3을 기반으로 하는 새 서버를 출시했다면서 이날부터 이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버 한 대에 144개의 칩이 탑재됐다. AWS 컴퓨트·머신러닝 서비스 담당 부사장 데이브 브라운은 “이전 세대 AI 인프라와 비교해 연산 성능이 4배 이상 높으면서도 전력 사용량은 40% 적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부사장은 엔비디아를 포함한 경쟁사들과 가격을 중심으로 경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형 AI 고객을 자사 서비스로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다. 그는 “우리는 고객에게 필요한 성능을 제공하는 제품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고, 그들이 가격 대비 성능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도록 적정한 가격대를 제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고객이 ‘그래, 내가 쓰고 싶은 칩은 바로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레이니엄3은 AWS 자체 AI 모델인 ‘노바’(Nova)의 학습 및 고객들이 사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도 적용된다. AWS은 이날 자체 AI 모델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노바2’(Nova 2)를 공개했다.

노바2 라이트(빠른 추론), 노바2 프로(복잡한 작업), 노바2 소닉(음성 대화), 노바2 옴니(멀티모달 추론 및 이미지 생성) 등 총 4종으로, 반응이 더 빨라진 것은 물론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음성, 동영상 프롬프트에 응답할 수 있는 다양한 버전이 포함됐다. 고급 음성 모델 소닉은 자연스럽고 “사람 같은(human-like) 응답을 제공한다”고 가먼 CEO는 소개했다.

옴니는 업계 최초로 텍스트·이미지·비디오·오디오를 동시에 입력받아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멀티모달 모델이다. 가먼 CEO는 “예를 들어 오늘 내가 말하는 걸 듣고, 슬라이드를 보고, 영상도 봐야 한다고 했을 때 기존엔 여러 모델을 조합해야 했지만, 이젠 노바 2 옴니 하나로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아마존은 노바를 앞세워 오픈AI의 챗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구글의 제미나이 등 경쟁 모델에 도전해 왔지만, 아직은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직전 분기 AWS 매출이 20% 증가했다고 밝히며, 이는 주로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인프라 서비스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AWS는 이외에도 기업들이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독자적인 AI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노바 포지’(Nova Forge) 서비스도 선보였다. 가먼 CEO는 “이 서비스는 고객 정보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지만, 그 모델이 원래 학습해 온 핵심 지식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한편 AWS는 이날 공개한 트레이니엄3 대비 3배 이상의 성능을 보유한 후속작 ‘트레이니엄4’에 대한 개발도 이미 시작했다고 밝혔다. 출시 시점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AWS은 트레이니엄4에는 ‘NV링크 퓨전’(NVLink Fusion)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엔비디아의 핵심 기술 채택을 예고했다. NV링크 기술은 서로 다른 종류의 칩들을 고속으로 연결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엔비디아의 핵심 자산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외신들은 “엔비디아 칩을 주로 쓰던 고객이 향후 AWS AI 칩으로 갈아타기 쉽게 하려는 견제인 동시에, 클라우드 시장에서 엔비디아 GPU를 원하는 고객 수요에 맞춰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협력과 공존을 병행하는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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