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던 먀오옌량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수석 전략가는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위안화 절상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더 큰 구매력을 제공하고 무역 긴장을 완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먀오 전략가는 위안화 절상이 유리한 시기라고 평가한 이유에 대해 “달러화가 장기간 약세 국면에 진입할 수 있는 반면 중국 제조업 경쟁력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각국의 경험과 중국 자체의 환율 변동 역사에 비춰봤을 때 강한 통화는 국내외 수요 간 보다 균형 잡힌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사진=AFP)
위안화 가치는 올해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도 역외 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4% 강세를 보이며 지난 202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양호한 연간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가 현실화하면 달러화 약세 흐름은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중국은 위안화에 대해 ‘관리 변동 환율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수단을 가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올해 위안화가 소폭 절상되도록 용인하면서도, 급격한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해 역내 기준환율(고시환율)을 활용하는 등 통화를 ‘기본적으로 안정’ 상태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 왔다.
그 결과 올해 1~10월 중국의 상품 무역 흑자가 거의 1조달러까지 불어나는 동안,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4% 절상에 그쳤다. 중국 내 디플레이션과 해외의 더 높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중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은 2012년 이후 가장 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수많은 서방 이코노미스트들과 투자자들이 위안화가 의도적으로 저평가된 탓에 다른 나라들이 희생하고 있다며 중국의 환율 관리 방식을 비판한다.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업자들에게 추가적인 경쟁 우위를 부여하기 때문에 막대한 무역 불균형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통화가치 절상을 수용하게 되면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화해 제스처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부연했다. 값싼 수출품 공세에 대한 국제사회 불만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랫동안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자국 통화를 저평가된 수준으로 유지해 미국과의 무역흑자를 쌓아왔다고 비난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환율 관리 방식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먀오 전략가는 “위안화 절상은 무역흑자를 줄이고 글로벌 통상 분쟁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80~1990년대 통화 개혁이나 대규모 절상을 거치며 서비스 산업과 국내 소비가 확대된 일본, 한국, 대만의 경험을 사례로 제시했다.
먀오 전략가는 위안화가 달러 페그제를 포기한 2005년 이후 10년 동안 달러화 대비 약 30% 절상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것이 중국 경상수지 흑자를 2007년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10% 수준에서 2018년에는 1% 미만 수준으로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 결과 2010년 35%까지 떨어졌던 GDP 대비 가계 소비 비중이 팬데믹 이전에는 거의 40% 수준까지 되돌아왔다”고 덧붙였다.
먀오 전략가는 또 위안화 절상이 중국 내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강한 위안화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이익을 줄이는 대신, 자본과 노동이 내수 시장 중심 부문으로 이동하게 만들 것이란 얘기다.
그는 “위안화의 완만한 절상은 수입 상품, 에너지, 서비스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실질적으로 중국 주민들의 구매력을 높여줄 것”이라며 “이는 수입을 자극할 뿐 아니라 국내 제품에 대한 소비도 부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먀오 전략가는 다만 환율 조정이 점진적이고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의 급격한 절상과 그와 동시에 이뤄진 지나치게 완화적인 통화·신용 정책이 결국 자산 버블과 시장·경제의 큰 변동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제의 재균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환율 조정이 다른 정책들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통화·재정 정책뿐 아니라 사회보장과 조세제도 개혁도 필요하다”며 “다른 정책과 제도 개혁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통화 절상에만 의존해서는 균형 잡히고 건전한 경제 발전을 반드시 촉진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먀오 전략가는 “1970년대 이후 60개국이 넘는 국가들의 경험을 검토한 결과, 달러화 움직임 역시 환율 개혁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나타난다. 달러화 약세 국면에서 단행된 개혁이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며 “탈(脫)달러화 흐름과 연준의 금리인하 재개는 장기적으로 달러화 가치 하락을 이끌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