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디지털·사이버, 올해 중국 휩쓴 10대 유행어는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03일, 오후 07:15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올해 중국의 유행어로 회복력과 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털 노마드 등과 관련한 단어들이 꼽혔다. 중국 경제 및 대외 불확실성과 첨단기술의 발전 등 최근 중국을 둘러싼 정세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바쁜 일상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풍자한 유행어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 2일 중국 베이징의 한 노점상에서 시민들이 사탕을 사고 있다. (사진=AFP)


3일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의 문예 잡지 야오원자오즈(이하 야오원)는 전날 ‘2025년 10대 유행어’를 발표했다. 야오원은 2008년부터 매년 10대 유행어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최고 유행어는 회복력을 뜻하는 ‘런신’이 꼽혔다.

왕더옌 화북기술대 인문법학부 중국어학과장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에 “런신이란 용어는 원래 외부 힘에 의해 변형되지만 부서지지 않는 능력을 의미한다”면서 “이후 회복력, 회복 능력, 또는 역경을 견디는 능력으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중국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정치·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때 강한 회복력을 보여주는 단어가 유행했다는 설명이다.

GT는 “이는 경제, 산업, 기술의 안정성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복잡한 환경과 도전에 직면한 개인의 끈기를 반영한다”면서 “변화에 지속 대응하면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실천”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로는 ‘쥐션지넝’(具身智能·체화지능)이 선정됐다. 야오원은 “물리적 매개체가 있는 지능체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같아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으며 이는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미래 산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올해 중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발전은 큰 혁명으로 지목됐다.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들이 트랙을 달리고 마라톤에 참여하는가 하면 생산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등 로봇 산업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체화지능 외에도 중국의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과 디지털의 발전을 보여주는 유행어들도 포함됐다.

사이버 공간에서 교류를 의미하는 ‘사이보뚜이장’(사이버대조)은 미국과 중국간 네티즌들의 모습을 조명한 단어다. 미국에서 틱톡(중국명 더우인) 사업권 매각을 위해 중지 명령을 내리자 미·중 틱톡 사용자들이 서로 연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야오원은 “중·미 네티즌들은 플랫폼을 넘어 생활과 문화를 교류하며 서로의 고정관념을 없애고 문화 간 상호작용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이미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디지털 노마드’(디지털 유목민)도 올해 중국의 유행어다. 노트북이나 태블릿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원격 근무하며 고정된 사무 공간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지칭했다.

디지털 유목민과 달리 스마트한 세상과 소셜미디어(SNS) 생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제 생활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는 의미의 ‘훠런간’(活人感·생동감)도 유행어로 뽑혔다.

지난 2일 베이징의 한 관광지에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경제가 어렵지만 바쁜 삶에 지친 직장인과 학생 등 현재 중국 사회를 풍자한 유행어도 있다.

‘총총롱롱, 요우런요우유, 총총망망, 리앤군다이파’라는 문장은 ‘느긋하고, 여유롭고, 다급하고, 허겁지겁’이라는 의미다.

서로 의미가 상통하지 않는 단어를 한 문장으로 구성하면서 현대인의 이상과 현실의 불균형한 상태를 표현한 것이라고 야오원은 전했다.

올해 시작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장쑤성 도시 축구리그를 의미하는 ‘쑤차오’는 3위 유행어에 올랐다. 프로팀이 없는 장쑤성 축구리그는 경기당 관중이 5만~6만명에 달하는 등 지역 최고 인기 스포츠에 올랐다.

왕훙(중국 인플루언서) 등이 패션 제품을 리뷰할 때 표현하던 것으로 ‘즈츄, 부즈츄’(기초, 부기초)란 표현도 유행을 끌었다. 이밖에도 영어 ‘굿즈’(Goods)를 의미하는 ‘구즈’(谷子), 즉석 또는 조립식으로 표준화된 것을 의미하는 ‘유지’ 등이 올해 유행어에 올랐다.

한편 중국의 10대 유행어는 단순히 온·오프라인에서 많이 쓰인다고 뽑히는 것은 아니다. 야오원측은 해당 유행어가 사회학적 기준과 언어학적 기준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한다며 특정 용어의 포함은 그 해의 주요 사건과 사회적 중심지로 널리 주목받은 것을 나타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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