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금리인상 예고에 엔캐리 청산 악몽 되살아날까 '초긴장'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2월 03일, 오후 07:1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AFP)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단기금융시장의 오버나이트인덱스스왑(OIS) 금리에 반영된 BOJ의 12월 금리인상 확률은 이날 기준 80%를 기록했다. 지난달 18일까지만 해도 28%에 불과했던 이 수치는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지난 1일 금리인상을 시사한 직후 76%까지 치솟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이날 기준 연준이 오는 9~1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89.1%로 반영했다.

이는 지난해 8월 5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촉발된 ‘블랙 먼데이’ 당시 상황과 꼭 닮아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일본 엔화를 빌려 미국 국채·기술주·가상자산 등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일본 금리가 오르고 엔화가치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은 이자 비용 부담과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해외 자산을 팔고 빌린 엔화를 갚는 청산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자산 시장이 동반 투매에 휩싸일 수 있다.

지난 1일 글로벌 시장 충격도 이러한 맥락에서 발생했다. 우에다 총재의 금리인상 발언 직후 일본 국채 2년물 금리는 장중 1.02%까지 치솟아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도 1.8%에 육박해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금리 급등에 놀란 투자자들은 서둘러 자금 회수(청산)에 나섰고,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미국과 독일 등 주요 국채 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 채권 가격이 하락(금리는 상승)했고,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급락했다. 지난해 경험에 비춰 ‘솥뚜껑’을 보고 놀란 셈이다.

다시 진정세를 찾은 시장은 추가적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질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일본 정부 및 기관 자산을 모두 포함한 전 세계 엔캐리 트레이드 투자 규모를 최대 20조달러(약 2경 9400조원)로 추산했다. 이 돈이 한꺼번에 일본으로 돌아가면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 일본 기관투자자들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현재 엔화 흐름이나 일본의 실질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달러·엔 환율은 우에다 총재 발언 이후에도 강세로 가파르게 돌아서지 않고 155엔대에 머물고 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엔캐리 트레이드의 매력도 유지된다.

아울러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최근 투기적 엔화 포지션은 순매수 상태로 전환(지난달 말 기준 4만 6300계약)되거나, 순매수 규모가 확대하는 추세다. 이는 지난해 블랙 먼데이 이전 순매도 포지션이 역대 최대 규모 수준으로 쌓여 있었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청산 가능성이 있는 투기 포지션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찰스슈왑의 제프리 기블리 애널리스트는 “현재 투기세력들이 엔화 롱 포지션을 보유해 작년 블랙 먼데이와 같은 대규모 청산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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