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팹리스 마벨, '빛의 반도체' 스타트업 8조원에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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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2월 03일, 오후 05:42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가 반도체 스타트업 셀레스티얼AI를 인수했다. 셀레스티얼AI는 빛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으로, 마벨은 이번 인수를 통해 전송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개선한 네트워킹 기술을 확보해 초대형화되고 있는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사진=마벨 테크놀로지)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마벨은 셀레스티얼AI를 32억 5000만달러(약 4조77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셀레스티얼AI이 향후 매출 목표를 달성할 경우 총 인수 가격은 최대 55억달러(약 8조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 마벨은 셀레스티얼AI가 2029년까지 누적 매출액 5억달러를 달성하면 셀레스티얼AI 주주들에게 추가로 마벨 주식 2720만 주(22억 5000만달러 상당)를 지급하기로 했다.

마벨은 클라우드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요구에 맞춘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브로드컴과 경쟁 중으로, 이번 인수는 자사의 반도체 네트워킹 사업을 보완할 기술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

셀레스티얼AI는 고성능 컴퓨터 간 연결을 위한 광학 기반 인터커넥트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고도화된 AI 시스템에서는 수십~수백 개의 칩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묶어 초대형 언어모델을 학습·운영해야 하므로, 광학 연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많은 AI 칩은 구리선으로 연결되지만, 포토닉스는 정보를 빛에 담은 뒤 광섬유(웨이브가이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전송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더 긴 케이블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셀레스티얼AI는 지난 3월 AMD 등이 참여한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가치 25억달러를 인정받았다. 올해 1월 인텔 최고경영자(CEO) 립부 탄이 셀레스티얼AI 이사회에 합류하기도 했다.

마벨은 포토닉스 기술이 AI 서버의 효율적 운용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셀레스티얼AI 기술이 더해지면, AI 인프라 구축에 수천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는 기업들에 마벨이 더 많은 칩과 부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매트 머피 마벨 최고경영자(CEO)는 “셀레스티얼AI 인수는 마벨의 진화를 가속하는 변혁적 조치”라며 “AI 인프라의 다음 전선인 ‘스케일업’ 경쟁에서 마벨이 ‘AI 연결성’과 관련된 리더십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벨 측은 또 셀레스티얼AI 의 광학 기술을 향후 맞춤형 칩(커스텀 칩)에도 통합할 수 있으며, 고객 수요에 따라 해당 기술이 곧 맞춤형 AI 칩과 스위치 등 관련 부품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마벨은 이번 인수와 관련해 아마존과도 관련 제품 구매 계약을 맺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2030년 말까지 자사의 광학 연결망 제품을 구매한 실적과 연계해 자사 주식을 최대 9000만달러(약 1300억원)어치까지 주당 약 87달러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마벨은 이날 시장 전망치를 소폭 웃도는 실적을 함께 발표했다. 마벨의 회계연도 3분기(9∼11월) 매출은 20억 8000만달러로 시장조사업체 LESG의 전망치 20억 7000만달러보다 높았고, 주당순이익(EPS)도 0.76달러로 전망치(0.73달러)를 상회했다.

마벨의 셀레스티얼AI 인수는 2026년 1분기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셀레스티얼AI 인수 소식에 마벨 주가는 장 마감 후 거래에서 8.7%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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